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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낙화유감(落花有感)

봄이면 꽃은 피고 진다. 추운 겨우내 따스한 봄을 그리며, 추위 속에 피워낸 봄꽃들에 환호하며 기뻐한다. 이제 그 꽃마저도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 남녘의 봄꽃 소식에 귀 기울이며 얼마나 기다렸던가. 저 꽃이 떨어지면 내년 봄을 기다려야 하는 걸까.

그러나, 내년의 꽃은 오늘과 전혀 다른 꽃이다. 그러고 보면, 일생에 볼 수 있는 봄꽃도 그리 많지 않다.평균수명이 늘었다고 해도 유한한 생물의 한계 때문에 지는 꽃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아직도 기억 저편 한 곳에서스믈스믈 살아 움직이는데, 내 심신은 쇠한 모습으로 자꾸만 지쳐가기만 한다. '조여청사 모성설(朝如靑絲 暮成雪)이라." 아침에 푸른 실 같은 머리칼이 저녁엔 눈이 되었구나!라는 탄식처럼 흘러 지나는 세월의 아쉬움이 떨어지는 꽃잎 때문에 더 크게 일어난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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