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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봄비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보슬보슬 내리는 빗방울이 창문에 맺혀 봄기운으로 문을 두드리는 것 같다. 영동지방엔 또다시 폭설이 내린다니 걱정이다. 봄소식만 전해주고 가면 좋으련만... 우리 한반도의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었다는데, 날씨는 왜 이리 추워졌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 또는 엘리뇨, 라니냐현상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삼한사온이 정확히 들어맞던 내 어린 시절의 예상가능했던 기후가 정겨워질 뿐이다. 이 비가 그치면 따스한 봄이 더 가까이 다가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기상예보로는 다시 추워진다니 걱정이다.

응달에 남아 있던 잔설은 다 녹았다. 이제 따뜻한 꽃소식과 함께 봄기운이 풍성해지는 것만 남았으리라.

 

 

 

 

 

봄비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饗宴)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베란다 밖은 봄비에 이미 흠뻑 젖어 있다. 나무들은 묵은 겨울의 때를 벗은 듯, 앙상한 가지 끝이 쪼끔은 푸르러 보이는 듯싶다. 촉촉이 젖은 아스팔트도 짜디 짠 염화칼슘의 흔적들을 닦아내고 있다. 우산을 쓰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조금은 싱그러운 봄기운을 느껴보며 한동안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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