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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카쥬라호 애로틱 사원

  카쥬라호는 우리나라 면소재지만한 작은 마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로틱 사원이 22개나 있어서 하루 한 차례 오가는 여객기를 운항하는 유명 도시이다. '카쥬'란 '야자'나무란 의미이며 라호는 뒤(後)라는 뜻이다. 옛날 성곽 뒤에 황금야자나무가 많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다.

 

  카쥬라호 사원들은 힌두 예술이 융성하던 9 세기 경에 달(月) 신의 후예라는 찬델라 왕조가 세웠는데, 이슬람교 세력이 이곳을 지배하면서 우상숭배라며 85개나 되는 사원들을 부숴버리고 22개만이 남아 오늘에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1. 카쥬라호까지 여정

 

  바라나시로부터 소형 SUV로 9시간을 달려야만 했다. 산이 거의 보이지 않는 인도의 지형이지만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매우 불편했다. 때로는 움푹 파이고, 때로는 역주행하는 차량까지 피해 달려야 했으며, 좁은 길을 통과할 땐 아슬아슬한 교행을 감행해야만 했다. 바라나시부터 운전기사는 카쥬라호가 자기의 집이라며 명랑하게 떠들었다. 옆에 자신의 친구를 태우고 교대로 운전했는데, 운전이 매우 난폭했다. 더욱이 기사의 친구 보조운전자는 길가에서 마리화나를 구입해서 담배처럼 피우면서 운전하기도 했는데 매우 불안했다. 운전기사에게 불안하다고 말했더니 "노우 프로블램"이라며 일상사여서 전혀 문제없다고 설레발쳤다.  

 

  인도의 들판은 유채꽃 일색이었다. 그 기인 여정에서 질리도록 차창에 나타난 것은 노오란 유채 벌판이었다.

 

  작은 마을을 통과하는 좁은 길에 오토바이도 많았다.

 

  화려하게 힌두 방식으로 채색한 화물차는 왜 그리 많던지, 버스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좁은 도로를 난폭하게 달리는 것은 화물차들이었다.

 

  잠깐, 인도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사진을 찍었다. 이메일 주소로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했으나 동문서답이었다. IT 강국이라는데, 이메일 자체를 모르는 것 같았다.

 

  휴게소 안에서 인도인들이 즐겨 먹는'난'을 굽고 있다.

 

  바라나시에서 아침 식사하고 출발한 후, 카쥬라호 어귀에서 일몰을 맞았다. 일몰의 아름다움도 잠깐, 6인승 SUV 뒷자리에서 튕겨 오르며 9 시간 여를 달려왔기에 허리까지 뻐근해졌다.

 

2. 민속춤 공연

 

  저녁 식사 후, 고단했지만 공연장으로 이동하여, 민속춤을 관람했다. 작은 소극장 무대에 춤추는 무용수들은 모두 7 명이었고, 음악과 노래는 무대 옆에서 3인조 밴드 겸 가수들이 도맡아주었다.  인도 역사도 모르고 말을 못 알아들으니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3인조 밴드겸, 가수

 

3. 찬델라 왕조 사원

 

  호텔은 작은 풀장까지 갖추고 리조트처럼 잘 꾸며져 있었다. 호텔의 물로 머리를 감았는데, 비누가 풀리지 않고 오히려 머리칼이 떡졌다. 물이 너무 좋지 않았다. 물은 우리나라 물이 최고다. 

 

 호텔 옥상 위로 아침 햇살이 솟고 있다. 카쥬라호까지 달려왔던 그 기인 고생도 저 빛나는 햇살처럼 오늘 탐방을 위한 것이다. 그것은 수많은 책자에 소개되었던 조각과 카마수트라의 이야기의 실체를 직접 만나게 되는 특별한 햇살이었다.

 

  짐을 가지고 나오려는데, 문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포터가 1달러의 팁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 짐이래야 배낭 하나지만, 그들이 안스러워 짐을 맡겼다.  차를 타고 출발하려는데, 가이드가 황급히 찾았다. 웬일인가 큰 일이라도 난 줄 알았다. 호텔 방 안의 생수를 계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무료로 제공해 주는 줄 알고 배낭 사이드 백에 챙겼었는데...  마침 생수병을 뜯지 않아서 병째로 되돌려 주었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1) 동부사원

 

  동부사원은 이슬람 사원 뒤에 보존된 작은 사원으로 규모는 작으나, 정교한 조각들이 잘 보존된 진주와 같이 빛나는 사원이었다. 동부사원의 조각들은 적나라한 것이 아니었다. 전쟁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또는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뻐하는 아내, 귀환 뒤에 서로 기뻐하는 남편과 아내의 애정 어린 표정을 묘사한 조각들이었다.

 

  생생한 조각 솜씨 덕분에 외벽의 조각이 살아서 튀어나올 것만 같다. 정교함으로 따지면 캄보디아의 앙코르 사원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세밀하고 생동감 있어 보였다. 돌의 질도 더 좋아 보였고...

 

  눈 화장을 하고 있는 여인상으로 풍만한 여인의 균형 잡힌 몸매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아이라인을 강조하는 화장법은 이곳에서부터 유래를 찾을 수 있다고 전한다. 얼굴에 베일을 쓰기 때문에 여성들은 눈만을 노출하게 되니까 자연 눈 화장이 발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린이들까지도 코에 피어싱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역시 인도에서부터 비롯되었을 성 싶었다.

 

  신을 벗고 맨발로 계단을 올라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천지창조에 비견되는 천정의 조각이라는데,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천정과 이어진 신전

 

  신전 내부

 

  신전 밖으로 나와 바라본 사원 외형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사원의 모습은 그야말로 훌륭한 예술품이었다. 외벽에 새겨진 조각들이 외설적이라 할지라도, 저토록 아름답고 균형 잡힌 건축물을 보고 나서 외설스러워 천박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성애를 건축 예술로 승화시킨 아름다운 예술작품 그대로였다.

 

 

(2) 서쪽사원군

 

  때마침 인도 제헌절이라, 어린이들과 학생들이 제복을 입고 선생님들의 지시에 맞추어 시가행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부사원은 동부사원 가까운 곳에 있었다. 작고 아담했던 동부사원보다 크기와 규모가 매우 컸다. 들어가는 입구의 보안검색도 보다 철저했다. 입구를 조금 지나니,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표식이 있었다.

 

  우리 일행은 오른쪽으로 돌아 첫 번 째 사원으로 향했다.

 

오른쪽 첫 번 째 사원이다. 이곳도 동문 사원과 마찬가지로 내부는 신전이고 외부는 조각들로 구성되었다.

 

 사원의 외벽에 농도 짙은 에로틱 조각들이 보였다.

 

  가이드는 건물을 돌아가며 작은 손거울의 빛을 이용하여 조각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첫 번째 사원 앞에서 사원을 바라보며 지키는 암소 조각상, 석조 건물 안에 앉아 있다.  

 

  첫 번 째 사원에서 내려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사원들을 탐방했다. 사원의 풍경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커다란 나무들과 아름다운 꽃들과 푸른 잔디로 꾸며 놓았다. 그야말로 사원 안은 천국의 모습이었다. 쓰러져가는 돌집들과 거적으로 지붕을 한 너절한 A형 텐트 같은 빈민들의 집들이 있는 사원 밖은 지옥의 모습 같았다. 이토록 미추가 상반된 현실을 이곳 위정자들은 개선할 수 없을까, 아름다움을 보고도 마냥 감격할 수 없는 현실이 서글퍼졌다.

 

 사원들을 돌며 조각들을 보았으나, 경이롭던 처음의 감상도 무덤덤해졌다. 주변의 풍광들을 바라보는 여유로움까지 생겨났다. 나는 천천히 사원군들을 바라보며 돌아 나갔다.

 

  들어오면서 왼쪽 방향으로 보았던 사원 아래의 조각은 전쟁터의 싸움 장면이었다.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한 바퀴 돌아 출구로 나왔다. 

 

동부사원과 달리 노골적인 성애 장면이 많았지만, 외설스러움보다는 경이롭고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인간의 종족번식이 끝나지 않는 한, 이 사원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영원히 끊이지 않을 것이다. 외설스러운 조각들도 전혀 외설스럽지 않은 것은 수많은 조각들의 정교함과 석조 건축물의 뛰어난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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