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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철쭉꽃 산행기

  장박마을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11시 10분, 마을 입구 다리 앞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마을옆길을 통과하여 주능선이 있는 너박이 쉼터까지 굽이굽이 비탈길을 올라갔다. 숲이 우거져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었는데, 휴일날이라 사람들이 많은 게 흠이었다.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많아서, 모퉁이 돌아서는 구비마다 힘들어 하는 여성분을 많이 보았다. 요즘 산악회는 여성들이 대세인가 보다. 화려한 등산복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사람들이 많다 보면 모두가 무신경해져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좁은 길 한가운데서 길을 막고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요즘 누구나 다 들고 있는 스틱을 함부로 휘두르기 일쑤였다. 이웃을 배려하는 등산매너가 아쉽다. 예전에는 산에서 사람을 만나면, 반가워서 서로 인사하고 지나쳤다. 요즈음은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인사하는 풍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는 건 아닌지...

 

1. 장박마을에서 너백이 쉼터까지

 

 

 

나무숲 사이로 뚫린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능선이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2. 너백이 쉼터에서 정상까지

 

925m 고지인 너백이 쉼터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10분, 장박마을에서 2.4km 거리를 한 시간 정도 걸어왔다. 앞으로 황매산 정상까지는 1.6km이다.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황매산

 

너백이 쉼터에서 지근거리인 975m 언덕에 올랐다. 가로로 뻗은 황매산 줄기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완만한 능선 위를 걸었다. 철쭉꽃이 군락을 이루어 탐스럽게 피었다. 능산 좌우로 빨갛게 물든 철쭉군락들이 바라보는 마음을 설레게 했다.

 

 

황매산으로 오르는 언덕 초입에서 지나온 뒷방향을 돌아보니, 완만한 능선 철쭉길이 아름다웠다.

 

황매산 주능선으로 오르는 언덕길

 

정상 부근은 넓지는 않지만 평원지대였다. 한 바퀴 둘러보니, 100m 전방이 정상이란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모여 앉아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멈추지 않고 곧바로 정상으로 나갔다.

 

오후 한 시 칠 분, 드디어 황매산 정상에 섰다. 쉼터에서 정상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암석들이 솟은 정상엔 사람들이 엉켜 있어서 인증샷은 꿈도 못 꾸겠다. 보통 묘지의 비석보다 작은 정상표지석 주변에 사람들이 차례를 다투고 있어서 멀리 뒷길을 배경으로 인증을 대신했다.

 

합천 방면으로부터 뻗은 황매산 주능선이 고래등처럼 길게 누워 있었다. 주능선길 산행도 좋을 듯싶다.

 

정상 바로 아래로 내려와 표지석을 바라보았다.

 

 

3. 정상에서 전망대까지

 

정상에서 전망대 까지는 지척 거리. 정상에서 내려와 뒷방향을 바라보았다.

 

조금 험한 바위길을 사람조심하며, 전망대 고개를 향해서 내려갔다.

 

전망대 언덕에서 바라본 황매봉 정상, 역시나 사람들이 철쭉꽃만큼이나 많이 보였다. 언덕 근처 그늘에서 점심을 먹었다.

 

전망대는 사람이 많아 포기하고 황매평원으로 내려가며, 아래를 보니, 산등성이 평원 위에 철쭉 군락들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4. 전망대 계단부터 베틀봉까지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앞사람과는 밀착상태, 앞사람의 뒤통수만 바라보고 반 보 씩 내딛으며 걸었다. 우스개 소리, 농담 소리,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팔도의 사투리가 왁자지껄했다. 게다가 올라오는 사람과 서로 부딪히기도 해서 짜증 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때맞추어 평원의 주능선 아래 행사장에서 철쭉제를 한다고 노래자랑을 하는 모양인데 확성기 소리가 황매산을 흔들고 있었다. 주최 측은 신나겠지만, 꽃 보러 온 나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오른쪽은 산청군, 왼쪽은 합천군, 두 지역이 서로 경쟁하듯 확성기 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아줌마 아저씨들의 뽕짝조 흘러간 옛 노래가 바람을 타고 올라왔다.

 

 

 

계단을 내려와서 오른쪽 쉼터인 산청군 지역에서 내려온 뒷길을 바라보았다.

 

 

잠시 능선을 넘어가 합천군 지역에서 뒷방향의 주능선을 보았다.

 

다시 산청지역으로 넘어가, 작은 숲길 사이를 걸으면서 철쭉을 완상했다.

 

 

앞 방향의 철쭉 군락

 

짧은 성벽과 성문은 아마도 영화촬영을 위한 세트가 아닌가 싶다.

 

 

뒤 방향

 

베틀봉 가까이에서 바라본 뒷방향의 지나온 길

 

행로는 이제 합천군 지역으로 접어들었다.

 

 

 

5. 산불감시초소에서 모산재

 

  산불감시초소와 전망대 정자가 있는 곳까지 철쭉을 즐기며 천천히 걸어왔다. 오후 두 시 오십 분. 모산재로 내려가는 평원 오른쪽 철쭉이 일품이었다. 내려가면서 오른쪽을 바라보며 철쭉꽃을 즐기다, 싫증 나면 뒤쪽 한 번 쳐다보며, 천천히 걸었다.

 

내려가는 길에서 오른쪽 방향

 

 

정자가 있는 뒷방향, 역광이라 선홍색이 연분홍으로 보였는데, 실제보다 사진이 못해 아쉬웠다.

 

 

 

 

 

모산재로 나가는 앞 방향

 

 

 

뒷방향

 

 

앞방향의 철쭉 동산

 

합천군으로 하산하는 길 왼쪽으로 황매산 주봉이 보였다.

 

 

멀리 모산재 왼쪽으로 하산하는 사람들.

 

모산재로 내려가는 길

 

모산재 등산로는 내려가다가 다시 언덕을 오르는 길이었다. 언덕을 오를 때, 발바닥이 아파 잠시 쉬기도 했다. 철쭉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단조로운 산길이 나타나서인지 피로가 몰려들었다. 모산재에 도착시간 오후 세 시사십 분. 지금까지 네 시간 사십 여분을 걸은 셈이다.

 

 

6. 돛대바위 철계단

 

  모산재에서 바라보니 앞은 깎아지른 벼랑이었다. 벼랑 건너 저 멀리 벼랑 사이 철계단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 길이 우리가 내려가는 길이다. 벼랑 끝에 서있는 바위가 돛대바위란다.

 

돛대바위 가는 중간에 있는 무지개 터, 천하의 명당이란다. 산꼭대기에서 샘이 솟았다. 늪지처럼 고여있는 물엔 도롱뇽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돛대바위가 있는 하산길

 

 

 

왼쪽이 돛대 바위, 그 밑으로는 아득한 벼랑이다.

 

돛대바위 옆 벼랑 위에서 아래를 조망했다. 까마득한 벼랑 아래라 발밑이 아찔했다.

 

돛대 바위 하산로로 내려오는 사람들

 

가파른 철계단

 

철계단으로 내려가며 찍은 마지막 철쭉, 석양에 빛나고 있었다. 오후 네 시. 이곳에서 큰길까지는 바윗길, 황매산 코스 중 최고의 난코스일 성싶다. 내려가는 길도 어려운데 오를 때는 더 힘들 것 같았다.

 


처음으로 최고의 철쭉을 구경한 날이었다. 길이 기억 될, 여섯 시간 정도의 아름다운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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