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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마이산

  날씨 쾌청. 성급한 사람들은 벌써 반팔 셔츠 차림이었다. 오전 열 시 반쯤, 마이산 남부주차장에 도착하니, 난장이 선 것처럼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기대했던 벚꽃은 볼 수 없었다. 예년보다 추웠던 탓에 다음 주 정도에 절정을 이룰 것 같다는 섭섭한 얘기를 들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순전히 산행만을 위한 것은 처음이다. 블로거들의 아름다운 마이산 벚꽃 풍경이 부러워 산행에 나섰는데, 초입부터 기대감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좌측 샛길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등산로는 쾌적했다. 오솔길처럼 좌우에 우거진 나무숲 사이로 부드러운 흙길이 대부분이라 초보자들에게도 좋을 듯했다. 전구간이 비교적 평탄한 구간이라 그리 힘들지 않았다. 비룡대 전망대에 오르는 암벽이 조금 가파르고 험했지만 난코스는 아니었다.

 

 

  등반 시작 후, 첫 봉우리에 우뚝 서있는 것은 황금색 지붕의 사찰, 고금당이었다. 등반기점에서 처음 만나는 볼거리였는데, 황금색 건물이 눈에 거슬렸다. 있어 보이려고 황금색을 칠했을 텐데, 느낌은 오히려 싼티가 심하게 났다. 한 마디로 경박한 냄새가 너무 강했다. 근래에 창건하거나 중수한 절들 대부분이 이런 경향이 많아 보인다. 속된 배금주의가 골 깊은 심산에도 영향을 주는가 싶어 유쾌하지는 않았다.

 

  고금당에서 진행 방향으로 전망대인 비룡대와 마이산 봉우리가 한 눈에 보였다.

 


역시 산행은 오르고 내리는 것, 고금당까지 올라 갔다가, 뒤 편 산봉우리를 넘어 내려가, 전망대인 비룡대에 오르기 위해 다시 가파른 암벽길을 올랐다.

 

  등성이를 올라서니, 한 고개 넘어 우뚝 솟아 오른 전망대가 나타났다.

 

  잡고 올라갈 밧줄도 없는 암벽, 마치 레미콘에서 혼합한 콘크리트를 쏟아부은 듯한 암벽길이었다.

 

가파른 암벽길을 오르니 전망대가 있는 봉우리 아래임에도, 마이산 풍경이 시원하고 상쾌했다.

 

  지나온 뒷길, 벌써 지나온 고금당이 아스라이 보였다. 한 걸음 한 걸음의 걸음걸이가 산행에서는 정말로 위대해 보인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산행 때마다 느끼는 진리 중 진리다.

 

  전망대인 비룡대, 추녀가 축 축 늘어진 전통적 팔각정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어렵게 지었을 건데 반 토막 건물 같아 경관이 아쉬웠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이산 전경, 숫마이봉은 가려서 귀 끝 부분만 보였다. 산행 내내 한쪽만 보고 걸었던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지나온 뒷길...

 

  전망대에서 마이산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

 

  뒤돌아 본 전망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뻘쭘해서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았다.

 

  잎사귀 나지 않은 나뭇가지 사이로 마이봉이 보였다. 등산로가 부드러운 흙길이어서 좋았다. 여름철엔 숲이 우거져 따가운 햇살도 피할 듯싶다.

 

  지나온 고금당과 전망대 비룡대,  비룡대는 마치 코끼리의 머리 위에 쓴 화관처럼 보였다. 마이산도 코끼리 형상이던데, 전망대가 있는 바위도 코끼리 모양이라 그 모습이 우연한 것 같지 않다.

 

  탑영제 저수지와 주차장, 고금당, 그리고 전망대...

 

  전진 방향으로 보이는 마이산, 영락없는 코끼리 머리 형상이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망설이게 하는 삼거리... 마이산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북쪽으로 가서 마이산 사이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함께 한 일행은 그만 하산하자고 한다. 아쉽지만 일행의 뜻을 좇아 탑사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마이산 코끼리 얼굴이 더 큰 모습으로 다가섰다.

 

  마이산 거대한 암봉은 변함없이 우뚝 서있고...

 

  마치 산 전체가 자갈 섞은 콘크리트를 부어서 만든 것 같다.

 

  드디어 한 시 반 경 탑사 광장에 도착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에 치어 카메라 초점 잡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탑사 위에서 메가폰으로 귀가 따갑도록 소리치고 있었다. "탑을 만지지 말라"라고...

 

  탑 축조자 이갑용 처사, 일생을 돌탑에 바친 분이다. 전생의 무슨 업으로 평생을 돌과 함께 살며 탑을 쌓았을까. 

 

  밑에서 올려다본 대웅전

 

  대웅전 아래 샘-섬진강 발원지란다.

 

  대웅전 앞에서 내려다본 탑사 마당

 

  대웅전 부처님

 

  대웅전 뒤 산신각

 

대웅전 뒤 천지탑에서 내려다 본 탑사 광장

 

  천지탑 앞, 돌탑 조형물

 

  내려오면서 뒤돌아 본 탑사 전경

 

  남부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가에 있는 저수지 탑영제와 그 뒤  마이산, 진입로 주변의 벚나무엔 애석하게도 꽃이 피지 않았다...

 

  탑영제 아래 금당사, 백제 고찰이라는데, 최근에 중수한 것으로 생각된다. 역시 황금색 대웅전이다. 그래서 금당사인가 보다. 황금색 사원은 보기가 좀 그랬다. 싼 티가 너무 났다. 이곳에서도 요즘 절마다 유행하고 있는 배불뚝이 중국의 포대화상을 세워 두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주차장까지 따가운 봄햇살을 받으며 타박타박 내려왔다.

 

  금당사에서 주차장까지 도로 양 옆에는 숯불구이 고깃집들이 즐비했다. 돼지 등갈비, 번데기, 메추리구이 등등, 고기들을 태우고 지지는 냄새가 온 골짜기에 가득했다. 거기에 무명 가수의 트로트 메들리가 대용량 앰프에서 뿜어져 내 머리를 흔들어 댔다. 우리나라 명승지엔 왜 이리 술 파는 고깃집과 식당들이 많을까?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는 것보다 명승지를 즐기고 난 후 기름진 고기와 술을 포식해야 행복한 나들이를 마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일까... 이젠 우리도 먹고 취하는 향락 위주 놀이문화는 개선해야 할 것 같은 아쉬움으로 반나절 산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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