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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모처럼 날씨가 너무 좋아 산행길에 올랐다. 늘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어서 낙엽진 북한산의 속살을느껴보고 싶기도 했다. 송추행 704번 시내버스를 타고 은평뉴타운을 지나 북한산성 입구에 내렸다. 일찍 출발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첫이정표 앞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30분이었다. 정상인 백운대 까지는 3.4KM...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나홀로 산행에다 추운 겨울 산행이므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수년전 이곳을 등반할 때는 포장도로를 이용했기 때문에 요번엔 계곡을 따라 올라가기로 했다.



북한산성입구 들머리 첫 이정표, 등산 출발시간 12시 30분. 


계곡은 깨끗이 정돈되어 자연으로 되돌아 왔다. 계곡사이로 무수한 가게들이 행락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는데... 다리를 건너지 않고 오른쪽으로 올라갔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에 원효봉을 올려다 보았다.


골짜기를 벗어나, 아스팔트 깔린 차로로 들어섰다. 이곳에도 각종 식당들과 잡화점들이 도로 양쪽으로 즐비했었는데, 이제는 그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 식당이었던 자리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전망대 위에 올라 태극기 펄럭이는 백운대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상점들이 사라져, 이제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군상들도 볼 수 없겠다. 자연으로 되돌린 관계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가게터를 지나 우회전하며 볼 수 있었던 보리사도 이젠 자연 속에서, 자연의 한 부분인 것처럼 의연하게 서있었다.


백운대와 원효봉 갈림길


좁은 등산로 사이로 백운대가 삐죽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대동사 입구, 지난 번에는 그냥 지나쳤기에 이번에는 올라가 보기로 했다. 나홀로 산행이니 내가 보고 싶으면 그저 오르면 되는 것이니까...


역시 절터는 명당이다. 어느 절이나 절안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산자락을 병풍삼아 남향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앉아있는 풍수를 보게 된다. 위로 푸른 반공에 백운대와 만경대, 노적봉이창공을 엿보고 있었다. 절 앞에 둘러친 초록의 철망이 없다면 더욱 자연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풍광이 될 터인데... 녹색의 울타리를 바라보며 나도 몰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대동사에서 나와 다시 오르니, 이제 산세는 점점 가파르고 험해졌다. 이정표에는 900m 남았다는데, 가파른 돌계단에 힘이 부쳐왔다.


뒤돌아보니, 말라서 오그라진 단풍들이 아지도 고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단풍철엔 정말로 아름다웠겠다.


돌계단이 끝나고 위문 아래 나무 계단이 나타났다. 한참을 서서 숨을 고르며, 막바지 힘을 돋구었다. 도착시간 2시 18분


우이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에 있는 위문


성벽을 따라 백운대로 오른다.


북한산 안내판



쇠줄을 잡고, 바위홈에 발끝을 걸고, 가파른 암벽을 오른다.


백운대 바로 아래에서 바라본 인수봉과 그 너머 도봉산


백운대 정상을 바라보며...


드디어 정상에 섰다. 2시 35분, 멀리 서북녘으로 한강의 물줄기가 비늘처럼 빛나고 있었다.


남서방향의 만경대


북동쪽으로 송추, 도봉산 방향


남쪽 우이동 방면


다시 노정봉 너머로 서북쪽 방향


북쪽 방향의 원효봉과 그 너머...


기념 인중샷, 추운 겨울날이라 다행히 사람들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사방을 조망할 수 있었다.



정상 암봉 바로 아래의 기념비


오랫동안 서 있고 싶기도 했지만, 바람이 차서 체온이 떨어져갔다. 도봉산을 바라보며 하산하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아쉬움에, 백운대 바로 아래 너럭바위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시며, 사방을 두루두루 조망했다.


백운대 정상도 올려다보고, 조금 전 내가 섰던 자리에 다른이들이 그 호연지기를 느끼고 있었다.

 

위문으로 되돌아와 우이동 도선사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백운산장


산장 옆에 있는 기념탐, 625때 목숨바친 애국용사의 위령탑이다.


인수봉 아래



북한산 인수대피소, 경찰산악구조대


내려가는 길도 가파르고 돌길이었다. 우리나라 산들이 대부분 화강암 바위산이어서 오르내리는 등산로가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다. 점점 무름 관절에 통증이 압박해 왔다.


우이동으로 내려가는 동쪽길은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응달진 곳이라 쌓인 눈도, 얼믐이 얼어 미끄러운 곳도 있었다.


드디어 북한산 나들목인 도선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도착시간 4시 10분


주차장에서 도선사를 들리려 했던 계획을 포기하고, 도선사 셔틀버스를 타버리고 말았다. 피곤한 다리탓으로도선사 탐방은 다음기회로 미루었다. 우이동 시내버스 종점에 도착한 시간이 4시 30분. 북한산을 북쪽에서 남쪽으로 넘는 4시간의 산행이었다.

도선사 주차장에서 만났던 네 분의 노인 이야기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분들은 도선사에서 버스 종점까지 걷는다고 했다. 연배가 지긋하신 분들이던데... 내심 그분들에게 경의를 드리며, 호젓하게 흐르던 계곡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와 함께 했던 초겨울 산행만으로만족하며 도선사에 들리지 못했던 아쉬운 마음을 달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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