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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明山길

 우리 동네 뒷산 이름이 청명산입니다. 해발 190여 미터로 작고 아담한 산이지만 이곳 수원시 영통동과 용인 신갈지역에서는 제일 높고 유명한 산으로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다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청명산도 개발의 참화를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능선을 뚝 잘라 도로를 내기도 하고 기슭을 파내고 아파트를 짓기도 하며, 산 중턱에 드믄드믄 철탑을 세우고 고압송전탑을 세웠습니다.

 남북으로 길게 뻗어 광교산으로부터 이어온 주능선은 뚝뚝 도로로 잘려나가 생태계를 단절시켜 버렸지만, 오소리, 청설모, 다람쥐, 딱따구리, 꿩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징그러운 뱀도 있구요. 며칠 전 숲 속 오솔길을 걷다가 숲길을 가로지르는 뱀을 보고 등골이 쭈삣 선 적도 있고, 땅거미질 무렵엔 오소리 새끼 삼 형제와 맞닥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 한 분이 조그만 삽을 가지고 매일같이 샛길을 보수하며 산을 가꾸십니다. 그분 덕에 그분이 개척하신 주능선 6부쯤 되는 굽이굽이 휘돌아 정상으로 오르는 비탈길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오소리 삼 형제나, 징그러운 뱀을 만난 것도 그 길입니다. 주 능선길이 아니라 인적은 거의 없고, 발길이 드물어 숲 속에서 호젓한 시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뱀을 만난 뒤부터는 각별히 주의하며 걷습니다만... 여름철 장마 때는 숲 속의 작은 계곡에서 물이 흘러 작은 골짜기에 애기 폭포 몇 개가 생기기도 하구요.

 

 

 

 

 

 

 

 

 

산 남쪽에는 삼성에서 운영하는 실버타운인 노블카운티가 있어서 그쪽에서 산길을 관리합니다. 계단을 보수하기도 하고 철책을 세워 사람들의 실버타운 출입을 막기도 합니다. 노블 카운티 입주자들의 산책코스이기도 하니까 주민들과 산길을 공유하는 셈입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면 오솔길도 대로가 되고, 사람들이 다니지 않으면 큰길도 없어져 버린다."는 맹자님 말씀대로, 할아버지 한 분이 개척하신 작은 오솔길에 사람들의 통행이 잦아졌습니다. 주능선길엔 나무들의 뿌리가 드러나고, 길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산악바이크 타는 사람들이 한둘 보이더니 요즈음엔 떼로 다닙니다. 이러다가 이 산, 이 길에 자동차까지 다니는 큰 신작로가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산에 서식하는 오소리들은 서식처를 잃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산을 사랑하며 즐기던 사람들은 정신적 안식처를 잃고, 사막처럼 휑한 도시의 한복판으로 나서야 될 것만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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