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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망울

 

 반쯤이나 벌어졌던 개나리 꽃망울에 눈이 쌓였다. 변덕스런 날씨에 개나리가 얼지는 않았을지 걱정이다. 포근한 봄기운에 고개를 내밀다 된 시련을 겪고 있다. 안쓰러운 마음으로 개나리 가지를 흔들어 눈을 털어보았지만, 개나리 숲더미 전체를 감당할 수 없음에 어찌할 수 없어 그만두고 말았다.

 우리네 곡절많은 인생처럼 봄맞이하던 개나리도 역경에 빠져들고 말았다. 다행히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눈들이 녹아내리기에 개나리도 곧 극복하겠지만...

 한글학자셨던 일석 이희승 선생님의 수필인 "딸깍발이"한 구절이 생각난다. 가난한 남산골 샌님이 불도 지피지 못해 얼음장 같은 냉골에서 이불을 휘감고 오들오들 떨면서도 "요놈, 요 괘씸한 추위란 놈 같으니, 네가 지금 이렇게 기승을 부리지 마는, 어디 내년 봄에 두고 보자."라며 추위에 굴복하지 않고 자존심을 세웠다는 이야기다.

 샌님보다 자연은 더 위대할 것이기에 눈 속의 개나리도 동해을 극복하고, 곧 노란 꽃을 피울 것이다. 우리네 어렵다는 오늘의 경제적 시련도 자연처럼 곧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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