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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자갈치와 광복동

 소싯적에 친구들과 자갈치 시장에 갔었는데, 그땐 좌판마다 붕장어가 넘치고 있었다. 그 시절, 불행하게도 부산역 앞 아리랑 호텔 길 건너 선술집에서 조총련 재일동포 모국방문단이라는 자칭"신따로"라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었다. 부산도착 첫날이라 정말 난감했었는데, 모두의 돈을 털어보니 겨우 집으로 돌아갈 여비만 있었다. 자갈치 좌판마다 하얗게 썰어 놓은 붕장어회를 눈으로만 바라보며 침만 삼키고 돌아서서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값싼 홍합국물로 배를 채웠었다. 오늘 자갈치시장은 옛 모습과 달리 현대식 건물이 떡 버티고 있어 놀랐지만, 안에 들어가니 재래 수산물시장과 비슷했다. 시장 들어가는 초입에는 고래고기 파는 식당이 많았다.

 

 

시장 건물 앞은 그저 평범했다. 좁은 길에 차량들이 붐볐고, 바닷물이 바닥에 흥건히 젖어있었다.

 

안은 활어센터여서 상인들이 뜰채로 생선을 들어 보이면서 횟감을 권했다. 생선값을 몰라 구경도 할 겸 한 바퀴 돌았는데, 스쳐 지나간 곳에서 보여준 돔이 마음에 들어 다시 되돌아와 흥정을 했다. 돔과 광어를 보여줬던 아줌마는 다른 생선을 추천했다.

 

3인분으로 추천해준 횟감은 자연산 방어와 밀치였는데, 가격은 3 만원으로 값도 적당했다. 그런데, 밀치는 숭어라서 싫다고 했더니, 숭어와 다르다며 권했다. 알아보니 밀치는 숭어의 일종으로 참숭어라고 부른단다. 아무튼 숭어는 숭어였다. 겨울에 맛이 제일 좋고...

 

회를 뜨는 동안 2 층에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렸는데, 저녁식사 때라 손님들이 홀 안에 가득했다. 1 층에서는 횟감을 팔고, 2 층에서는 야채와 양념들을 파는데, 1인당 3 천 원이었다. 매운탕은 크기에 따라 4 천 원부터 시작되고, 공깃밥은 1 천 원이라 대체로 수도권보다는 저렴했다.

 

한참 먹다 보니 아쉬움이 남아 기념으로 한 장 남기기로 했는데, 아뿔싸 이미 반 이상 먹어 버렸다. 방어와 밀치는 육질이 쫄깃한 게 맛이 있었다. 양식이 아니라 자연산이라는 것도 구미를 돋구었다.

 

식사까지 마치고 나서 바람도 쐴 겸 상가 건물 앞으로 나가니 쉼터와 야외무대가 있었고, 밤바다 전망이 그만이었다.

 

불빛이 잔잔한 파도 위에 넘실댔다. 아름다운 바다였다. 날씨도 따뜻하고...

 

다시 시장 앞으로 나와 지하도를 건너니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먹거리와 액세서리 노점상들이 골목에 장사진을 치고 있었고, 골목을 지나 광복동에 들어서니, 거리에 예쁜 장식등이 공중을 수놓고 있었다.

 

연로한 화가가 초상화에 열중하고 있었다. 초상화 주인의 자세도 매우 진지했다. 용두산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되돌아왔는데도 계속 그리고 있었다. 그리는 사람이나 앉아서 포즈를 취하는 사람이나 대단한 인내심이었다.

 

광복동 중심가 한복판에 갈매기 조각상. 그야말로 부산 갈매기였다.

 

김연아 200 점도 놀라지 않을 거란다. 밴쿠버에서 꼭 금메달로 꿈을 성취했으면 좋겠다.

 

  눈 때문에 고생하다가 부산에 가니, 눈을 씻고도 눈을 구경할 수 없었다. 조그만 나라임에도 얼마 멀지 않은 부산은 따뜻한 봄나라였다. 모처럼 추위를 훌훌 털고 소금 냄새 물씬 맡으며 봄향기를 마시듯 이들처럼 영도와 자갈치 시장, 광복동을 쏘다녔다. 영도엔 태종대 기암절벽을 보러 갔었다. 태종대 앞에 기인 섬이 보이길래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대마도란다. 참인지 거짓인지 지금도 믿어지지 않지만, 정말로 그 섬이 대마도라면 대마도는 우리 땅이 분명하다. 눈앞 지척에 있는 그 섬이 일본 땅이라니. 그 섬이 정말 대마도라면 일본땅이라는 게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대마도 찾기 운동을 당장이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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