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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보령시 천북 굴구이

  가을과 겨울, 두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굴 구이. 그 맛을 잊지 못해 일 년에 한 번쯤은 이곳에 들린다. 10여 년 전, 처음 굴구이 단지가 조성되었을 땐, 가건물 안에서 굴구이 판을 앞에 놓고 쭈그리고 앉아 굴을 구워 먹었었다. 아직도 가건물로 대도시 식당만큼 훌륭하지는 않지만, 제법 식탁과 의자까지 갖춰져 펀안하게 먹을 수 있다.

  입소문으로 널리 알려져 공휴일엔 그야말로 문전성시 인산인해다. 수도권인 대부도 인근에서도 굴구이를 하고 있던데, 질과 양으로 따져도 이곳 천북 굴구이를 따를 수 없다. 굴구이판 위에 두세 개가 맞붙은 굴을 수북이 쌓아놓고 불을 지핀 후 잠시 기다리면, 화약 터지듯 굴구이 판 이곳저곳에서 굳게 다문 굴 입술이 팍팍 터지며 열린다. 지글지글 껍질 안에서 익어가는 큼직한 굴을 초고추장에 듬뿍 찍어 먹으면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굴이 익어서 터질 때마다 굴 껍데기 가루들이 하얗게 날리지만, 그것도 굴맛을 즐기노라면 더없이 재미있는 풍경들이다.

  이번에 들렸을 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너무 추워서 다른 곳은 둘러보지 못했다. 출발할 땐, 굴구이로 점심 먹고, 간월도랑 해미읍성이랑 두루 돌아보려 했는데, 눈물까지 쏙 빼는 엄동설한 강풍에 감히 자동차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굴만 구워 먹곤 집으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중간 크기의 플라스틱 함지에 까지 않은 굴을 고봉으로 가득 담아서 삼만 원, 성인 기준 네 명이 포만감을 느끼도록 먹을 수 있다. 거리가 먼 것이 다소 흠이지만 부근의 명소를 돌아보며, 천북에서 굴을 구우면 금상첨화일 듯하다. 가까운 남당항에 가면, 유명한 새조개를 맛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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