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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동해 추암 촛대 바위

  언제나 동해에 서면 가슴이 울렁인다. 깊고 푸른 망망대해에서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으로부터 쉬지 않고 밀려오는 파도의 숨결 하나만으로도 벅차게 밀려오는 감동을 억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푸른 수평선 위로 뭉게구름이라도 걸릴 양이면 가슴은 풍선처럼 마냥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소년시대를 훨씬 지나 반세기 이상의 삶을 살아온 지금에도 출렁이는 파도와 흰 뭉게구름, 짙푸른 수평선 위로 날아다니는 순백의 갈매기들은 내 마음을 들뜨게 한다. 

  TV방송 시작과 끝에 나오는 애국가 중 동해 일출 장면으로 유명한 추암의 촛대 바위, 겨울바다답게 세찬 바람이 태평양으로부터 불어왔다. 추운 날씨 덕에 인적도 뜸했다. 해안 방어선으로 처 놓은 흉물스러운 철조망들이 눈에 거슬렸다. 빨간 아치 철교를 건너 70년대 풍의 작은 어물전이 있는 좁은 골목을 조금 지나 바위 언덕에 올라, 등대 너머 오솔길에서 드디어 촛대바위를 발견했다. 일출 풍경이 아니라도 보기에 너무 좋았다. 짙푸른 쪽빛 바다가 흰 이빨을 들어내고 몰려왔다가 추암 바위 아래에서 장렬하게 산화되어 갔다.

 

  추암의 북쪽 해안, 기암괴석의 벼랑이 아름다웠다.

 

추암의 동쪽, 그 유명한 촛대 바위다.

 

저 바위 위에 빨간 태양이라도 걸렸다면... 언제나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게으름을 탓하며, 상상 속에서 일출을 보았다.

 

추암의 남쪽 방향에서 바라 본 촛대바위.

 

  바다로 뻗은 추암을 보기 위해 해변을 걸어 남쪽으로 내려갔다. 낚시꾼 두어 명이 세찬 바람과 씨름하고 있다. 거친 바닷속에 물고기들이 뒤집히는 모래 속에서 미끼를 발견할 수 있을지... 공연한 걱정을 하며 삼척시 경계 쪽으로 걸어가서 뒤돌아 바다로 뻗은 추암을 보았다.

 

  수 년 전 삼척 해안의 해가사터에서 바다로 뻗은 동해시의 추암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마음속에 새겨 넣었었다. 빤히 눈앞에 보이는 거리를 다가설 수 없어서 먼발치에서 안타깝게도 바라만 보았었다. 우회도로라도 뚫린다면 1 분도 걸리지 않을 거리였다. 나중에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로 도로가 개설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소하고 말았다. 아직도 추암에서 해안을 따라 1KM 정도면 삼척 해안에 닿을 수 있는 도로는 마련되지 않았다. 다만, 해안가 바위 위로 걸어서 넘어갈 수 있는 목조 계단길을 만들어 놓았다. 추암 사람들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1-2km 거리의 삼척 해수욕장까지 자동차 도로가 뚫리면 사람들이 시설 좋은 삼척에서 자고 먹고 하면서 추암엔 잠깐 경유하고 떠나버릴 일이기도 할 것 같았다. 그걸 방지하자면 삼척에 버금가는 시설을 투자해야 할 텐데, 그건 목돈이 들어가는 일일 터이고... 내 혼자만의 별 잡스런 궁상을 떨면서 4-5Km 정도의 우회길을 통해 삼척 해안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언젠가는 가까운 도로가 마련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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