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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운젠 료칸

  운젠은 나가사키에서 동쪽으로 2시간 30분 정도 거리이다. 나가사키에서 셔틀버스로 해안을 끼고 달리다 보면 빽빽한 산림지대로 오르는데, 운젠(雲仙)은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국립공원온천지대였다. 운젠지구 유메이(有明) 호텔에서 내렸다.

 

 

 

  2층 숙소는 온천의 전형적인 료칸 다다미방이었다. 실내구조는 몇 년 전에 방문했던 후쿠시마현 아이즈와카마츠시의 아시노마키 온천 료칸과 유사했다. 금년 봄의 지진과 쓰나미로 엉망진창이 되었을 후쿠시마의 그 료칸은 지금쯤 어찌 되었을지...

 

침실 앞 발코니

 

세면대

 

  욕실인데, 욕조가 특이했다. 누을 수 있는 공간은 없었고, 대신 앉으면 전신을 담글 수 있을 만큼 수조가 좁고 깊었다.

 

  숙소에 짐을 놓고 지역 관광에 나섰는데, 이름 모를 새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우리나라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금속성의 새소리였는데, 너무 시끄러워 듣기에 거북했다. 한적한 시골 동네라 무작정 멀리 수증기가 오르는 곳을 향해 한참을 걸었다. 도로 옆에서 물을 끓이듯 수증기가 솟아올랐다.

 

 

  코를 찌르는 유황냄새가 진동했다. 이른바, 유황 수증기가 솟아오르는 지옥온천이었다. 유황 수증기가 나오는 곳마다 00 지옥으로 이름하였다. 지옥엔 유황불이 타오른다는 불교교리에서 따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표면으로 부글부글 물이 끓어올랐다. 유황 물에 삶은 달걀을 파는 곳은 이미 파장이었다. 장사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란다. 5시가 넘으면 상품을 팔지 않는다니 서구사람들처럼 이들도 삶의 여유를 만끽하나 보다. 일본 노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유황 수증기가 솟구치는 곳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 주변이 온통 수증기를 뿜어내는 지옥온천이었다. 뿜어내는 수증기의 양도 엄청나서 어떤 곳은 마치 유황 안갯속을 걷는 것 같기도 했다. 수증기가 뿜어 나오는 곳엔 파이프들이 묻혀 있었는데, 아마도 온천으로 내려가는 수관으로 짐작되었다. 규모나 양으로 보아서 하코네를 능가할 것 같았다. 하코네는 도쿄 근처라 사람들이 붐볐지만 이곳 운젠은 한적한 시골마을이라 인적도 뜸하고 유황 온천도 많아서 휴양지로 적합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 이런 온천이 있다면 그야말로 노다지일 텐데...

 

 

 

 

 

 

  국립공원 운젠표식

 

 

  숙소로 내려오는 길에 주재소 게시판에 붙어 있는 현상범 포스터. 500만 엔, 300만 엔의 거금이 붙었다. 여자도 있는데, 죄명이 살인과 살인미수였다. 사람 사는 곳엔 범죄도 있기 마련인가 보다. 치안상태가 최상이라는 일본에서도 흉악범죄가 일어나는 걸 보면 인간의 동물적 흉포성은 도덕 윤리만으로는 통제가 어려울 것이겠다.

 

  유메이 온천 호텔.

 

 

  숙소 지하에 마련된 대중탕, 유황냄새가 펄펄 났다.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 않아 여유 있게 온천욕을 할 수 있었다.

 

  대중탕 옆에 마련된 노천온천, 규모가 작아 앙증맞아 보였다. 5~6명 정도 앉으면 자리가 꽉 찼다.

 

 저녁식사 때 카메라를 준비하지 못해 아깝게 상차림을 찍지 못했다. 1인용 상에 오밀조밀 차려낸 종합세트가 참으로 볼 만했는데... 대신 애석하지만 저녁보다 간소화된 아침식사 상차림을 한 컷 촬영했다. 뚜껑 덮은 검은색 양은 냄비엔 1인용 두부 한 모가 끓고 있다. 고체 알코올을 이용한 국냄비가 참으로 특이하다.  일본인들의 성품을 잘 나타내는 조리기구라 싶다.

 

 

 

  조반 후 어제와 반대 방향으로 산책길에 나섰는데 숙소 바로 위에 생태 습지가 있었다.

 

 습지에 모셔진 작은 석상! 역시 이곳에도 옷을 입혀 놓았다. 밑에는 성냥하고 초가 준비되어 있었고...

 

  문득 석조 구조물이 나타났는데, 전형적인 일본 신사 표식이었다.

 

  신사 이름이 온천신사였다. 참으로 일본에는 신사의 종류도 많다. 아마도 온갖 잡신들이 다 있을 성싶다. 제주에 처음 갔을 때 놀란 것도 무수한 철학관과 운명관이었다. 조변석개하는 바다에 운명을 내건 사람들이라 나름대로의 믿음이 필요할 터이겠다. 그러고 보면 일본은 잡신의 나라이고, 같은 섬나라 영국은 유령의 나라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열광하는 그들이 이해된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해괴한 해리포터의 마법놀음에 흥분하는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에 왜 그리 빠져드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영어공부를 강조하다 보니 영미의 핼러윈데이가 우리의 설날이나 추석명절보다도 더 가까워졌는지...

 

  여행객을 위한 샘물, 여기선 표주박이 노란 양은그릇이었다.

 

  신사 내부로, 온천 신사는 온천 발전을 위해 비는 곳이겠다.

 

  신사의 뒷문을 나서니 역시 또 유황 수증기가 솟구치는 지옥온천이 나타났다.

 

  지표면에서 물이 절절 끓어오른다. 저런 곳을 보면 지진이 나지 않을 수 없겠단 생각이 든다. 지표면이 저렇게 끓는데, 땅 속이야 오죽하겠는가.

 

 

 

  산책로를 걷다 보니 어제 왔었던 곳과 만났다. 이름 모를 새소리를 들으며, 호젓한 숲길을 걸어 모처럼의 여유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호텔을 떠나려는데 문득 산꼭대기를 구름이 덮기 시작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셧터를 눌렀다.

 

  조용하고 아담한 곳이라 휴양하기 좋은 곳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한 일주일 머무르면서 세상만사 다 잊고 푹 쉬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것 같다. 물이 얼마나 좋은지 저녁과 아침으로 두 번 목욕했을 뿐인데, 피부가 매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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