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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자이푸르에서 델리로

 오전 8 시경 델리로 가기 위해 호텔을 떠났다. 델리까지 동북쪽으로 가야 한다. 차창 밖으론 따가운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며칠 동안 오가며 보았던 언덕 위 옛 고성 위에도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떨어지고 있었다.

 

 

  인도 마을은 어딜 가나 대동소이했다. 흙더미가 여기저기 쌓여 있고, 쓰레기들이 널려 있다. 그 사이를 소떼들이 어슬렁거리며 쓰레기 더미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소처럼 들개들도 한가롭게 너무나 태연히 사람 가까이에서 떠돌아 다니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 자이푸르는 야산들이 종종 눈에 띈다는 것이었다.

 

 공터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어비야스 말에 따르면 낙타 가죽시장이란다. 보따리를 풀어 땅바닥에 가죽들을 펼쳐 놓고 매매하고 있었다.

 

 오른쪽 창으로 계속 햇빛이 들어 왔다. 커튼을 내리고 이따금 창밖을 보며 지루한 여행길을 이어 갔다. 가이드 어비야스도 지쳐버렸는지 앞자리에 앉아 침묵하고 있었다.

 

  1월 인도는 유채 나라였다. 망망한 지평선을 바라보며 며칠을 달려야 하는 인도 벌판은 한 마디로 광활하고 비옥한 나라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나 도시는 아비규환의 나라였다. 이 극단적인 내 평가의 원인은 인도 사람들에게 있다. 그것도 소수의 인도 사람들, 위정자, 또는 재벌, 또는 소수의 부자들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 비옥하고 넓은 들을 두고 굶거나 빌어먹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소수의 독점과 착취로 이루어진 이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인도의 미래는 오늘의 현실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유채밭 사이로 시원하게 델리로 가는 고속도로가 뻗어 있다. 사방이 너른 평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길은 직선도로이다. 곧게 뻗은 그 길을 화물차량들이 과속으로 질주하곤 했다.

 

  델리, 아그라, 자이푸르는 북인도에서 매우 중요한 거점도시로 트라이 앵글이다. 대부분의 인도 여행도 이 세 도시를 오가며 이루어지곤 한다. 북상하는 트럭의 물품들은 뭄바이로부터 올라가는 기계류 제품들이고, 델리에서 내려오는 화물들은 대부분 곡류들이 그 중심을 이룬다. 4 계절 따스하고, 3 모작 이상이 가능한 이 비옥한 대지는 13억 인구를 먹여 살리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비옥한 땅을 지녔기에 예로부터 이민족의 수많은 침략을 받았다. 아리안, 몽고, 아랍, 앵글로 색슨 등 수많은 이민족들이 이 땅을 스쳐 지나갔다. 그 덕에 불교의 발상지이면서도 불교를 잃고 힌두교, 이슬람교, 시크교 등, 외래 종교들이 국민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다인종으로 구성된 나라이기에 누구의 침략을 받았 건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현세의 삶을 어떻게 영위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휴게소의 정면, 울타리 안에는 카펫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잔디 마당 위엔 식탁을 진열했다. 최소한 이 울타리 안 만큼은 깨끗하고 정갈한 분위기였다. 누구라도 이 정도 만큼만 정리하고 산다면 삶의 질은 나아질 것 같다. 이들을 잠에서 깨워야 할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여행 중 내내 지울 수 없었다.

 

  도중에 잠깐 쉬었던 휴게소 건물인데, 잠시 쉬는 동안 유채꽃을 보러 나왔다가 건물의 측면을 바라 보았다. 추수가 끝난 듯, 텅 비인 들엔 쓰레기들이 뒹굴고, 담벽 아래엔 빨래들이 아무렇게 널려 있었다.

 

 

  델리로 들어가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차량들이 엉키어 30 분 이상 지체했다. 누구나 모두 제 차 머리 먼저 집어 넣고 본다. 때문에 경적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인도에는 양보 문화가 없단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맑은 미소를 가진 사람들의 저밖에 모르는 이중성을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사는 것이 여기 인도의 법이라고 해도 말이다. 과연 인도인들의 그 웃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저녁 6 시경에 공항에 도착했다. 그 동안 애써 준 가이드 어비야스와 변변한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다. 공항의 경비가 너무 삼엄했다. 공항 청사 안에 들어 가는데도 여권과 항공 티켓 발급 서류를 검사했다. 하다못해 개찰 후, 여객기 출입문 앞에서까지 티켓 검사를 했다. 불신의 골이 너무 깊어 보였다.

 

  공항 안은 사치스럽고 호화로웠다. 아름다운 문양으로 우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원색의 벽화들과 고급스러운 양탄자 바닥은 내가 미안할 정도로 깨끗하고 푹신했다. 내 신발은 거리의 골목에서 줄줄 흘러가는 사람들의 오줌도 밟고 지났고, 거리 곳곳에 지뢰처럼 엎어져 있는 소똥도 밟았었는데 말이다.

 

  인천 가는 비행기는 안개 때문에 한 시간 늦어졌다. 오후 8시 50분 출발이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12시 20분, 영하의 날씨가 오히려 그리워지는 것은 나 뿐이었을까.

 

  인천공항에 착륙하여 비행기에 내린 시간이 7 시 30 분 경, 인천까지 오는 길은 바람의 영향으로 2시간 이상 절약되었다. 창밖엔 흰 눈이 쌓여 있다. 외부 기온은 영하 10도.

 

  공항 청사를 빠져나오며, 많은 상념에 잠겼다. 다른 때 같았으면, 돌아오는 길엔 아쉬움으로 허전한 마음이 들었을 텐데, 이번 여행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행 내내 그토록 나를 힘들게 했던 두통과 복통은 이미 사라졌다.

 

  여행 경로

 

  인도가 여행자의 천국이라 누가 말했을까?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진정으로 만나보고 싶다. 내 비록 주마간산으로 북인도 몇 지역을 점찍고 다녔지만, 인도 사람들의 축생적인 삶의 모습을 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거리를 배회하며 쓰레기를 뒤지는 소떼들이나, 이곳저곳 쏘다니다 거리에 누워 잠자던 들개들처럼, 가난한 인도인들은 이곳저곳 거리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하루들을 연명하고 있었다. 개나 소나 새떼나 사람들 모두 한 가지로 짐승의 삶을 살고 있다면 지나친 나의 억측일까?

 

  한 푼을 벌려고 땀을 쏟으며 3륜 자전거를 끌면서, 막대기 든 교통경찰에게 뺨을 얻어맞으면서도 항변 한 번 하지 못하는 가여운 현실은, 내가 아무리 좋게 미사려구로 인도를 표현한다 하더라도 그곳은 천국과는 거리가 너무 먼 곳이었다.

 

  하루빨리 인도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깨끗하고 정돈된 삶의 환경과 축생을 뛰어넘는 인간다운 삶이 주어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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