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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미륵산

  강추위가 엄습했다는 12월 16일, 통영 미륵산을 찾았다. 4시간여를 걸쳐 도착한 통영엔 봄햇살이 퍼지고 있었다. 겹겹이 껴입었던 옷 때문에 땀을 꽤 많이 흘리기도 했다. 전체 소요 시간은 3시간여... 정상에서 이곳저곳을 조망하느라 넉넉하게 시간도 보냈다. 곳곳에 충무공의 전적지가 서려 있고, 우리 현대사에서 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하기도 했던 통영이었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통영이란 도시의 명칭도 이순신장군이 이곳에 삼도 수군통제영을 설치했었기 때문이란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러고 보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불렀던 보다도 통영이 더욱 사랑스럽고 애착이 가겠다. 통영시의 유래를 알고 나니 이곳이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일약 군사적 요충지로 새롭게 인식되었다.

 

도착시간 11시, 용화사 공터에서부터 등반을 시작하였다.

 

등반로 좌측의 관음암, 성곽과 성문처럼 우뚝 솟은 입구 때문에 암자에 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안내문이 없어서 이 절 이름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 입구의 현판엔 당래선원이라 쓰여 있었다. 스님들의 참선을 위한 선원인가를 나름대로 추정해 보았다.

 

 

겨울철에 어울리지 않는 붉은 동백꽃과 용설란은 이곳이 남국임을 실감케 했다.

 

울창한 숲이 암자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미륵산 가는 이정표! 이정표는 언제나 정겹다.

 

황톳길이 끝나고 가파른 돌길이었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계속 오르기 때문에 제법 숨이 차기도 했다.

 

 

 

바다 건너 섬이기에 툭 터진 곳에서는 전망이 좋았다. 날씨도 쾌청했고... 통영시 전경.

 

줌인해서 바라본 통영항

 

반대편 전망, 벌판 끝에 임진왜란 전승지인 당포가 보였다. 오른쪽 끝자락의 큰 섬은 남해도란다.

 

 

암봉 위의 반송과 박경리 기념 공원(둥근 솔숲), 그리고 당포 앞바다.

 

 

뒤 돌아본 등반길 암봉과 미륵산능선

 

드디어 미륵산 정상, 정상석 해발 461m 높지 않은 산이었다.

 

내려가는 계단길, 관광특구로 조성되어서인지 정성스레 가꾸어 놓았다.

 

정상 건너 봉수대에 두 사람이 있었는데, 가부좌한 사람은 좌선 중이고, 바다를 굽어보는 사람은 하모니카를 연주 중이었다. 처음엔 좌선 중인 사람을 조각물로 알았었다. 그는 춥지도 않은지 결가부좌한 모습으로 꼿꼿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날씨가 따스하다고 해도 겨울은 겨울인데, 몸에 무리는 가지 않을는지 걱정스러웠다.

 

 

봉수대에 올라 하모니카 선율을 귀담아 들으며, 남해를 조망했다. 한려수도를 바라보며 무아지경에 빠져 하모니카 연주에 몰입해 있는 저 남자도 아름다운 통영 풍경의 한 부분이었다.

 

봉수대에서 바라본 미륵산 정상

 

박경리 선생의 묘가 보이는 전망대 쉼터

 

빨간 원 안이 박경리 선생의 묘. 마음 같아서는 한걸음에 내달려 가보고 싶었다.

 

박경리 선생의 묘 너머가 임진왜란의 승전지 당포바다였다.

 

 

미륵산 케이블 카너머 멀리 거제대교와 거제도가 보인다.

 

 

정지용시인의 기념비, 지용시인은 충북 옥천분인데, 통영에 그의 기념비가 있다는 게 놀라워 가까이 다가가 읽어보니 통영에 관한 글을 썼었나 보다. 그를 기념하여 세워 놓은 것도 훌륭한 관광거리가 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미래사 내려가는 숲길. 다듬지 않은 숲길이 너무 아기자기하다. 전망대에서 약 1km 정도의 거리여서 아쉬운 감이 많았다.

 

미래사 정문. 미륵도, 미륵산, 미륵님이 오실 절... 미래사(彌來寺)!

 

아마도 이곳 사람들은 미륵불을 무척이나 염원했었나 보다.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삶에 대한 고통이 컸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선진국을 꿈꾸면서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오늘날, 자살률이 제일 높다는 우리의 현실에서 한국의 중생들을 구원해 주실 미래불인 미륵불께서 우리 시대에 찾아주실까?

 

 

 

 

 

 

미래사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가다가 작은 연못에서 미륵산을 올려다보았다.

 

 

미륵봉 아래 케이블카 승강장이 햇살에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산행시간은 짧았지만 가보고 싶었던 곳이어서 기뻤다. 아름다운 통영. 왜적으로부터 조선을 구해낸 충무공의 숨결이 지금도 살아 숨 쉬는 곳, 예향으로 걸출한 예술가들을 배출한 곳. 불현듯 통영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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