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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 가는 길

  간발의 차이로 때를 놓쳐, 설악산 등반에서 단풍 보는 것을 실패하고, 단풍으로 그 유명한 백양사를 찾았다. 가을 단풍철에 백양사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 오늘 산행이 뜻 깊은 셈이었다. 더우기 백암산을 넘어 백양사를 찾아가는 길이라 유명한 단풍경관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컸다. 여정은 전남대 수련원- 몽계폭포-사자봉 갈림길-사자봉-상왕봉-백학봉-약사암-영천굴-백양사로 약 4시간 30분 예정이었다.


  길가에 감나무 과수원들이 많았다. 대단위로 꽃감을 말리는 풍경도 놀라웠고, 길옆에 가로수도 빨갛게 물들어 어린애처럼 마음을 들뜨게 했다.



  남창골로 들어가는 입구의 이정표


단풍보다 사람들이 더 많았다. 더군다나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처음엔 앞 사람 등만 보고, 올라갔다. 개중에는 뒤에서 밀치듯 앞으로 뛰쳐나가는 몰상식적 등산객도 있었고... 화를 내면 무엇하나 점잖게 한 마디 했더니 미안해 하기는 했다.


  팔도의 사투리가 다 들렸다. 그중 압권은 경상도 사투리였는데, 억양 높은 진주 사투리에 모든 소리들이 묻혀버린 듯싶었다. 세 아줌마들의 일상적 수다는 산골짜기를 찌렁찌렁 울리고도 남았다. 그 분들을 앞으로 보내고 뒤에 처져서 조용히 올라가려고 몇 박자 쉬었다.


몽계폭포 이정표가 있었으나, 물이 말랐다는 사람들의 소리에 지나치고 말았다.


  다시 오르막길, 군데 군데 단풍 빛이 피어 올랐다.


사람들의 간격이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 제각각 체력 때문이겠지만, 간격이 많이 벌어졌다. 그틈을 이용해서 신속하게 앞으로 이동했다.



  태양을 바라보며, 신호대 숲길로 올라 간다.



  경사가 가파르자 앞 사람과의 간격이 다시 조밀해졌다.


  구불구불한 등반길. 잠시 쉬며 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등산객들이 내는 소음이 여간 아니다. 산봉우리에서 소리지르는 사람부터, 신변잡기와 가족이야기를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 소형 카셑트로 유행가를 크게 틀고 가는 사람,  래디오 볼륨을 높히고 래디오와 함께 가는 사람 등등... 흔히 중국인들이 시끄럽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한국인이 더할 듯 싶다. 공공의 장소에서 주변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제멋대로 떠들며 공중도덕을 망각하는 것은 배짱을 넘어 만용이다.

  특히 산에서 떠드는 소리는 곤욕스럽다. 가는 방향이 같을 때는 더욱 고통스럽다. 그 많은 산악회에서 그런 것에 대한 주의는 왜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모여서 막걸리를 식수삼아 시끄럽게 점심 먹는 것도 그렇고... ...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사자봉 4거리. 사자봉을 올라 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한다.


사자봉 정상, 숲으로 울타리 치듯, 사방이 가로막혔고, 이정표가 정상 표지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울타리를 헤치고, 전망 좋은 벼랑 끝으로 가서 서남쪽을 조망했다.


  사자봉에서 다시 4거리로 내려와 반대방향인 상왕봉으로 직행했다. 백암산 최고봉인 상왕봉, 사람들이 몰려 기념촬영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여기서도 표지석 대신 안내도가 정상임을 알려주고 있다.


  상왕봉 위에서 조망,  왼쪽에서 두번 째 봉우리가 방금 전에 올랐던 사자봉이다.


  삼거리 길에서 지도를 꺼내보며, 백학봉으로 향했다.


  백학봉 정상 아래 표지판.


  백학봉 정상인데, 정상답지 않다. 한 쪽면만 경사를 약간 보이다가 동쪽으로 뚝 떨어지는 바위덩어리였다. 추락방지용 철책이 처져있는 자그마한 암봉이었다.  그 위에 잠깐 서서 먼 곳을 조망하곤 이내 걸음을 옮겼다.


  백학봉 정상에서 북쪽 방향 풍경.


백학봉에서 아래로 내려간다.


  남쪽 12시 방향으로 확 터진 곳이 나타났다. 이때만 해도 무심했었다.


  이정표 왼쪽으로 학바위 표지판이 나타났다. 이미 바위 위에 오른 사람들을 보고, 무심결에 학바위 위로 올라갔다.


  학바위 아래 전경. 발밑은 까마득한 낭떠러지다. 백양사 골짜기가 한 눈에 들어왔다. 아! 한 마디로 장관이다. 이 맛이 바로 등산의 기쁨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연무로 시계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벼랑 끝에 뒹굴고 있는 생수병이 어느 분의 잃어버린 양심을 보여준다. 너무 가팔라서 다가서서 치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백양사 줌인... 


  학바위에서 하산길, 단풍이 아름답다. 본격적인 단풍숲이 시작되고 있었다.


내려오는 중간에 돌출된, 가파른바위 끝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파노라마 촬영(2컷)


  연무와 역광 때문에 색감이 좋지 않아 아쉬웠다.


  측면에서 올려다 본 학바위


  다시 내려가는 계단엔 단풍이 선연히 물들고 있었다.


단풍 속의 이정표, 백양사가 가까워졌다.


계단 중간 돌출된 바위 끝자락에서 올려다 본 학바위가 웅장해 보였다.


  저끝에 내가 섰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득하게 높았다.


  골짜기에 가을이 익고 있었다. 날씨만 좀더 좋았다면 생생한 색감을 감상했을 텐데...


  산에는 참나무, 소나무, 단풍나무들이 어울어져, 제 각각 색을 뿜어낸다. 그야말로 총천연색, 자연의 향연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동일한 색상은 없다. 하늘의 별만큼이나  무수한 색상들이 살아 숨쉰다.


  선연한 단풍...


  단풍 모델?... 여인들...


계단을 내려오니 우측으로 사람들이 몰려가길래 따라갔더니, 약수가 있었다. 한 줄로 줄서서 한 잔을 마셨는데, 오오, 상쾌 시원하였다.


  약수터 위에 계단이 있어 그위로 올라 갔다. 석굴에 관세음보살이 서 계셨다. 그 앞에 역시 약수가 있었는데, 어느분이 핸드폰을 빠트리고 그냥 가셨다. 핸드폰을 우려낸 약수맛은 어떨까? 주인잃은 핸드폰의 마지막은 많은 등산객들의 음용수로 제공되려나. 건강에 좋지 않을텐데... 입구가 좁아 꺼낼 수도 없으니...


  약수터에 맞은 편 단풍잎새 뒤에 맞배지붕의 고가(古家)가 숨어 있었다.


  알고 보니 약수터 위의 석굴이 이른바 영천굴이었다.


  선연한 단풍이 한창이다.


  단풍 숲 사이로 백양사가 보였다.


  단풍나무 사이로 백양사로 내려가는 길


  갈짓자 내리막길을 내려와서 뒤로 올려다보고 한 컷.


  드디어 백양사에 도착했다.


  백양사 종무사무실에서 올려다본 학바위.


  백양사 대웅전 처마 아래에서 올려다 본 학바위. 이젠 백양사에 들리면 절집보다도 저 학바위가 먼저 기억될 것이다.


  대웅전 뒤 뜰, 석탑 앞에서 소풍나온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대웅전,  행사가 끝났나 보다. 파장 뒤의 어수선함이 아쉽다. 고즈넉한 절집 뒤에 학바위를 담고 싶었는데, 저 의자가 치워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아쉬움이 컸다.


백양사 경내에서 나와 돌다리를 건너려니, 등산객들이 학바위 너머로부터 꾸역꾸역 밀려 오고 있었다.


 쌍계루 아래에서 단풍계곡을 건너는 사람들을 향해 한 컷.


  백양사, 아치형 돌다리, 쌍계루, 그리고 학바위... 단풍나무, 골짜기 물에 비친 그림자까지... 이 순간이 영원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기념으로 한 컷.


  단풍 숲 사이로 내려오는 길에 뒤돌아보며 아쉬운 마음으로 한 컷.


  주차장 가까운 곳에서 단풍 숲을 바라보며 마지막 샷.


  때마침 백양사 단풍축제란다. 엄청난 인파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단풍은 벚꽃처럼 일시에 물들지 않나보다. 백양사 단풍은 이제 시작인가 보았다. 새빨간 단풍숲을 내심 기대했지만, 그건 지나친 욕심이었다. 이정도로도 자연의 성찬을 즐긴 것 에 만족해야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교통대란 때문에 엄청난 고통이었지만, 이번 단풍 등반의 아름다움은 그것들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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