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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열린 너울길 - 신시도 대각산

 11월 21일, 고군산군도에서 새만금 방조제 덕에 내륙으로 편입된 신시도를 찾았다. 행정구역은 전북 군산시, 신시도의 주봉이 해발 198m의 월영봉이기 때문에 산행이라기보다는 간단한 트레킹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무엇보다도 모처럼 휴일날, 친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산행이라는 것이 의미 깊었다. 현지에 오전 11시에 도착하여 오후 3시까지 약 4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이미 입소문 때문인지, 주차장에는 승용차들이 빼곡히 차있었고, 주차장 확장 공사와 인파로, 들어서는 초입부터 어수선했다. 등산로는 건조한 날씨 탓으로 먼지가 쌓여 걸음을 옮길 때마다, 먼지들이 폴싹폴싹 피어올랐다. 

 

등산길에 올라 구비를 돌아, 신시도 남쪽 절개지 위에서 내려다본 배수 갑문, 연무가 심하여 시계가 맑지 않았다.

 

남쪽의 산을 잘라 방조제를 쌓았나 보다. 신시도 남단이 심하게 잘리었다. 절개지 경사면에 등산할 수 있도록 철계단을 설치했는데, 몹시 가파르다. 분위기가 마치 사막지대의 고지를 오르는 것 같았다.  절개면에 흙을 붓고 철망으로 덮었다. 표면에 잡초들이 뿌리를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도 공사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성글어 사막지대를 연상케 했다.

 


절개지 산봉 199고지에서 바라본 서쪽 풍경, 신시도 너머로 고군산군도가 보였다.

 

월영봉에서 내려다 본 신시도 서쪽의 모습, 이미 이 섬안에도 간척사업이 이루어져, 논농사를 경작하고 있었다. 아마도 신시도는 8~9개의 섬들을 하나로 붙여 만든 섬으로 생각되었다.

 


 월영봉 마루 근처 능선길에 세운 길이름 표식. 신시도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데, 길 이름이 너무 좋았다. 바람 열린 너울길... 두고 온 세상 옷깃... 시인이 따로 없다. 아름다운 자연에 걸맞은 예쁜 이름들이었다. 지은이가 박지성 어린이(?)였다.

 


월영봉에서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

 


비록 작으나마 동백숲도 나타났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 산길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좌우 모두 바다요, 앞에는 아름다운 산이 있었다. 바다에는 부표들로 가득했는데, 아마도 굴이나, 김양식일 게다. 이따금 쾌속 보트와 유람선들이 푸른 바다를 하얗게 가르며 지나갔다. 또, 바람은 서남쪽에서 불어와 능선 위를 지나는 우리들의 땀을 시원하게 말려 주었다.

 


 해수욕장인데, 인공해변이다. 월영봉이 있는 섬과 대각산이 있는 섬을 잇는 방조제가 해수욕장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해변에는 모래사장 대신에 돌들이 즐비했다. 둥글동글한 몽돌이 아니라 납작납작한 절리의 파편들로 풍파에 모서리가 곱게곱게 갈려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납작한 돌로 물수제비 뜨기에 한창이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새로워졌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한쪽에서는 낚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마구잡이로 개발되어 정리된 느낌보다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심하게 표현하면 사람들의 마구잡이 발길로 때 묻어가는 자연의 모습이랄까? 내가 그 길을 걸으며, 안타까워지는 것은 지독한 자가당착이란 생각이 들었다.

 

 해수욕장에서 대각산으로 오르는 길, 대각산 전망대까지 가파르지만, 절리로 이루어진 암석길은 신비감을 주었고, 잡목의 장애 없는 능선길은 몹시 상쾌하고 시원한 시야를 보여 주었다.

 

해발 187m이지만 바다 표면부터 시작하는 등산이라, 마냥 쉬운 것은 아니었다.

 

 뒤돌아보니, 방조제와 연륙된 야미도(군산 쪽 방조제로부터 첫 번째 섬)가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오른쪽 능선길과 바다.

 

  대각산 중턱에서 바라본 신시도항과 그 너머 고군산군도, 선유도... 말로만 들었던 선유도, 저기가 거긴가? 확인할 길이 없다. 전망대 앞에 큰 사진으로나 보여주면 알 수 있을 텐데... 선유도에 가보리라 마음먹은 지 퍽이나 오래되었다. 세계는 고사하고 한반도 반쪽 우리 땅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헛된 꿈만 꾸는 것은 아닌지...

 


  먼 곳에선, 통신 안테나로 보였던 대각산 전망대가 바로 이마 위에 걸렸다. 저기에 고풍 어린 정자를 세웠다면 무척이나 아름다웠을 텐데... 못내 아쉽다. 국적불명의 싸구려 전망대가 마음에 상처를 준다.

 


공룡능선은 아니더라도 삐죽삐죽한 절리 암석을 따라 이루어진 능선 길이 너무 아름답다. 어떤 이는 작은 금강산이라고 과장 섞인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금강산까지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은 분명 아니었다.

 

전망대 위에서 바라본 고군산 군도...

 

전망대 위에서 파노라마, 남쪽으로부터 동북쪽 야미도 방조제까지... (8p)

 

대각산 표지판과 표지석

 

대각산 서남쪽 하산길에 돌아다 본 정상과 전망대... 내려오는 동안 내내 전망대 건축이 마음에 걸렸다.

 


저수지 부근 시멘트 농로를 걸어 나오다 만난 송아지... 한가로움과 평화로움이 가득해 보였다. 문득 신시도 주민들 입장이 되어 물 밀듯 밀려오는 관광객들을 생각해 보았다. 농사와 어업으로 살아가던 그들의 눈에 비친 내륙의 행락객들은 어떤 모습일까? 혹시나 방종과 무질서의 상징으로 비치지는 않을는지...

 


월영재 넘어 주차장 가는 길. 처음 월영재를 가로질러 건너 갈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은근한 고바위 고개였다.

 


고갯마루에서 뒤돌아본 신시도 풍경... 고개만 넘으면 바로 주차장. 모처럼 친한 친구들과 함께한 신시도 트레킹의 종착지이다.

 

  신시도 한 바퀴를 도는데, 3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향후 주차장이 완비되고, 이곳 신시도 도로도 정비되면, 관광객들의 편의가 보다 좋아질 것 같다. 이곳을 두루 보고 선유도도 갈 수 있겠고, 그곳 탐방이 끝나면, 되돌아와서, 쭈욱 아래로 내려가 변산반도 국립공원에 갈 수도 있으니, 이곳 신시도는 앞으로 각광받는 서해안 중심의 레저 타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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