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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푸른 초원 위에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 살고 싶은 것이 아마도 도시인의 꿈은 아닐는지. 전원생활을 말로만 꿈꾸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강원도 원주 아래 녘, 그야말로 한적한 산속에 집을 짓고, 용감하게 사시는 지인이 계셔서 모처럼 한가한 연휴에 그 댁을 찾았다. 집을 짓기 전에는 험한 산 속이었는데, 터를 고르고,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집을 세우니, 그야말로 자연 속에 하나 된 그림 같은 집이었다. 애초에 황토로 시공하다 자꾸만 주저앉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조립식으로 지으셨단다.

 우거진 잣나무, 소나무 삼림 속에 양지바른 남쪽을 향하여 앉아 있는 집터는, 대번에 양지바른 사찰을 연상하게 했다. 그렇지 않아도, 웬 스님이 절을 짓는다고 웃돈 얹어 준다며 팔라고 했다고 전하신다.

 휴양지로 가장 좋은 곳은 700m라지만, 해발 600m인 이곳은 비 내릴 때면, 구름 속에 쌓여 밖이 보이지 않는단다. 골짜기를 타고 내려앉는 구름이 집 주변을 감싸 안아 안갯속에 갇혀 구름과 같이 살아야 한단다. 그 덕에 유난히 비가 많았던 금년, 안개와 함께 사는 고통스러움이 컸었단다. 세상에 한 번 나가려면, 구불구불 좁은 비탈길을 돌아 한참을 내려가야 하겠지만, 인간관계에 지친 우리네 일상병을 치유하기엔 그저 딱인 것 같아 몹시 부럽기도 했다.

 

 

 

 

 

일상사를 벗어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가 있어야 한다. 이것 재고, 저것만 재다간 망상만 늘어가겠지...

 

그래서 떠오른 것이 옛날 고등학교 다닐 때 들었던 공자님의 말씀이다.

"반소사음수에

곡굉이침지라도

낙역재기중의요,

불의이부차귀는

어아에 여부운이라"

"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어도

즐거움이 또한 그 가운데 있음이요,

의롭지 않은 부귀는

나에게 뜬 구름 같은 것이다."

(子曰 : 飯疏食水에 曲肱而枕之라도 樂亦在其中矣요. 不義而富且貴는 於我에 如浮雲이라.) -<논어(論語> <술이(述而)> 편

 

70년대 조영남은 "프라우드메리"곡에다가 "물레방아 인생"이란 가사를 붙여, 한 시대를 풍미했었다.
"세상만사 둥글둥글/ 호박 같은 세상 돌고 돌아/ 정처 없이 이곳에서 저 마을로/ 기웃기웃 구경이나 하면서/ 밤이면 이슬에 젖는/ 나는야 떠돌이/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부슬부슬 비가 내리면/ 두고 온 내 고향 그리워져/ 눈물을 감추며 돌아서듯/ 순이는 지금은 무얼 하나/ 만나면 이별이지만/ 이별은 서러워/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끝없는 세상길 가다/ 피곤한 몸이면/ 쉬었다 가세/ 나물 먹고 물 마시고 들판에 누워/ 하늘을 이불 삼아 팔베개하면/ 사나이 가는 길에/ 두려울 게 없다네/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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