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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무리져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하늘에서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차갑고도 사나운 바람과 거친 파도 속에서 한 떼의 무리가 하늘을 날고 있었는데, 그들의 동선은 변함이 없었다. 갈매기들이 모여 있는 까닭이 궁금해서 부랴부랴 그곳을 찾아갔다. 갈매기들의 표적은 바다에서 퍼득이는 물고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이었다. 공중에 새우깡을 던지면 대부분은 땅에 떨어뜨리지만 날쌘 놈들은 부리로 덥석 물고는 자랑스럽게 솟구쳐 날아가기도 했다. 갈매기들은 사냥보다도 인간들이 뿌려주는 새우깡에 더 익숙해진 듯했다. 서로서로 엉켜서 다투면서 새우깡 뿌리는 사람의 손목만을 응시하며 맴돌았다.

 

그때 눈에 띈 한 마리, 이 녀석은 무리들과 떨어져 파도 앞에서 한참을 혼자 앉아 있었다. 어쩌면 새우깡을 포식했을지, 아니면 무리들에 따돌림을 당해서 왕따의 비애를 곱씹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인간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이 싫어 삶의 터전인 바다에서 원시의 순수함을 동경하고 있을는지도... 내 생각으로는 새우깡을 거부하며, 파도 위로 훨훨 날아올라 물고기를 사냥하는 갈매기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나 홀로 멋쩍게 찬 바람을 맞으며, 갈매기를 바라보며, 별 궁상을 다 떨면서도, 아직도 차가운, 봄바람 속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그 갈매기 녀석이 괜스레 안쓰러워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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