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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눈 오는 밤

  눈이 내린다. 인적도 뜸한 겨울 바닷가에 눈이 내린다. 적막감을 깨는 파도소리 위에 어둔 바람을 타고 흰 눈이 내렸다. 멀리 수평선 부근쯤 까만 바다 위에 어선들의 등불이 추억처럼 흔들려 창 안으로 밀려 들었다. 가슴 속에 저며진 젊은 시절들의 애련이 흩뿌려지는 눈 위로 쌓여 갔다. 어항의 작은 횟집 안, 왁자한 원주민들의 걸쭉한 취기들이 낯 설게 다가선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사투리에 여행객의 피로감이 밀물결처럼 찾아들었다. 밤은 깊어가고, 눈발은 거세지기에, 내일의 여정은 단정할 수 없었다. 눈오는 밤, 삼척의 밤은 파도 소리 속에 온 몸을 뒤척거리며 그렇게 깊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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