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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대관령 양떼목장

  밤새 전국에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에 태백행을 포기하고 대관령을 찾았다. 강릉에서 대관령 오르는 길에도 눈은 쌓여 있었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녘 비탈엔 눈이 녹아 질척거렸지만, 굽이굽이 커브길 응달은 빙판 그대로였다. 잔뜩 긴장한 채로 대관령에 올랐다. 잠깐 대관령 옛길로 내려가는 길목에 주차하고 동해를 바라보았으나, 사나운 강풍에 눈물만 흘리고 10 분도 버티지 못하고 차 안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모처럼의 여행길이 폭설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렸다.

  옛 대관령에 올라 양떼목장 입구로 갔더니 벌써 많은 차량들이 있었다. 차 안에서 두툼한 방한복에 목도리까지 두르고 휴게소로 갔다. 안에 들어가 난로 앞에 자리를 잡고 대관령 강풍에 얼어붙은 몸을 녹였다. 어떤 이는 스페츠에 아이젠까지 하고 있어서, 아이젠을 준비하려다 휴게소 사람들에게 물으니, 없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휴게소를 돌아 숲이 우거진 산골짜기로 들어서자 무릎까지 쌓인 눈길에 보행 통로를 뚫어 놓았다.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세찬 강풍에 눈보라가 일어 앞을 보고 걸을 수 없었다. 수백 미터를 지나 목장 입구에 이르니 천막 친 매표소가 있었다. 입장료가 어른 3500원이다. 한적한 대관령 비탈에 목장을 만들고 입장료를 징수하니, 이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너무나 익히 들어온 양떼목장이었기에 두 말 않고 눈보라 속에 양떼목장 안으로 들어갔다.

  방문객은 대부분 아베크족이거나, 사진 찍으러 온 동호인들이었다. 너무 추웠던 탓에 가족 단위의 체험객들은 몇 안되 보였다. 날씨가 춥고 사방이 눈으로 덮여 있어서 양 떼들은 축사 안에서 저희들끼리 몸을 붙여 추위를 쫓고 있었다. 양 떼 없는 눈만으로 뒤덮인 목장 주변을 눈보라 속에서 한 시간 정도를 소요했다.

 

 

  멋진 양떼목장 사진들을 떠올리며 포인트를 찾아봤지만, 막막한 눈빛 세상에 어디부터 둘러 보야야 할지... 먼저 정면 능선 위 눈보라 날리는 역광 속의 망루를 향해 걸었다.

 

 

 

 

 

 

 

 

 

 

나오는 길에 돌아본양떼 목장

 

나오는 길에입구 부근에서 뒤돌아 본 양떼목장

 

 

  보통의 수목원이나, 외도 공원처럼 대관령 양떼목장은 개인이 운용하는 복합농원이다. 세찬 바람도 잠시 쉬어 넘는다는 대관령, 그 덕에 나무도 잘 자라지 않는 이곳에 목장을 만들고 관광농원으로 만든 주인의 혜안이 존경스럽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녹색산업이 아닐 수 없다. 찾아오라고 거창하게 홍보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예쁘게 사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며 꾸역꾸역 찾아드니 손도 안 대고 코푸는 격이다.

  아름다운 사진도 찍는 사람 의도대로 부분만 집중해서 보여주니, 대부분이 실제의 풍경보다는 과장된 아름다움이다. 멋진 풍경 사진에 현혹되어 유명 관광지를 찾았다가, 망연자실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 여행지의 선정도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일이다. 아름답다던 외도나 아침고요수목원들에서는 너무나 인위적인 가공된 허식을 보았고, 양떼목장에서는 실제보다 부풀려진 소문을 느꼈다. 그러나 이런 느낌도 제눈에 안경이라고 내가 느낀 것이 모든 사람들의 감정과 다를 터이니, 각자의 주관대로 판단해야 할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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