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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만추

잔뜩 흐린 날씨에 뒷산에 올랐다가 주택가에서 오르는 연기를 보고 향수를 느꼈다. 어린 시절, 들판에서 뛰놀다가 허기가 지면,자꾸만 동네를 뒤돌아 보았다. 땅거미 지기 전, 동네에선 집집마다 밥짓는 연기가 피어올라 야트막한 산자락 위에 구름처럼 걸리곤 했다. 연기 구름 걸린 마을을 돌아보면배고픈 또래 동무들도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놀이의 마무리를 지었다.

까스로 취사하는 오늘날엔 멀리서 낙엽 태우는 연기만 봐도 옛시절이 떠올라 왈칵 그리움이 솟구친다. 풍요롭지 못해서 항상 배고프고,전기도 없어서 등잔불에 심지를 돋구고 엎드려서 책을 읽던 시절이었고, 겨울이면 질퍽한 흙 속에서 뒹굴며 놀았기에 손등이 두꺼비 등짝처럼 거칠게 터서 안티푸라민이최고의 명약으로 꼽히던 시절이었었다.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 도시의 변두리에, 산을 깎고 세워 하늘로 치솟은 고층 아파트 뒷 골짜기에 한 집 두 집 전원주택이 들어선다. 토담집도, 이엉 얹은 초가집도, 기와 올린 한옥도 아닌, 국적 모를 양옥들이 골짜기를하나 둘채워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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