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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대청봉 수원 ic에서 춘천고속도로 동홍천을 지나 한계령 휴게소까지 두 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몇 년을 벼르기만 했던 대청봉 장정에 나섰다. 한계령부터 서북능선을 통하여 중청 대청봉에 올랐다가 오색으로 내려오는 코스인데, 대략 7시간 반 정도 예상했다. 9시 30분에 드디어 한계령 탐방로 입구에 들어섰다. 날씨는 쾌청했으나 바람이 거셌다. 설악엔 이제 봄이 시작이었다. 애기손같은 앙증맞은 연두색 어린잎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조금 오르다 뒤돌아보니 한계령 구비구비 휘어진 도로가 강물처럼 골짜기를 흐르고 있었다. 어린 잎사귀들과 머리 위로 거친 바람들이 떼 지어 지나갔다. 몸에서 송골송골 맺힌 땀들을 힘센 바람들이 식혀주었다. 산행 때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 터란 말이 생각난다. 작은 한 걸음들이 긴 여정을 만..
철원 풍경 갈말읍 지포리 신철원에서 2km쯤에 있는 삼부연 폭포,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잠시 더위를 잊을 수 있을 만큼의 시원스런 폭포입니다. 폭포 위는 저수지라죠. 폭포수가 떨어지는 곳에 세 개의 가마솥같은 웅덩이가 파였다고 해서 삼부연이랍니다. 신철원에서 북방으로 7km 쯤에 있는 고석정 내려가는 마당, 임꺽정 동상입니다. 조산조 중종 때 백정으로 학대 받던 민중의 한을 의적활동으로 쏟아냈던 임꺽정! 바로 아래 한탄강 고성정이 그의 주활동 무대였었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한탄강 협곡 사이에 우뚝 솟은 기암괴석, 이른바 고석정입니다. 추가령 지구대인 이 지역은 옛날에 용암이 흘러 움푹 파인 곳이 바로 한탄강이죠. 철원의 돌들은 대부분 제주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곰보돌, 현무암이랍니다. 고석정에 임꺽정이 은거하..
포천 산정호수 1. 호수에 드리운 명성산 그림자 2. 산정호숫가 조각공원 3. 산정호수의 이모저모 4. 자인사 산정호수는 1925년 일제가 축조한 인공호수입니다. 물이 맑아 산속의 우물(山井)이라는 이름으로 해방 후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김일성 별장이 있었다고 전합니다.국군이 북진하며 수복한 38 이북의 땅이기도 합니다. 명성산은 태봉국을 세웠다가 부하인 왕건에게 쫓긴 궁예왕의 슬픈 전설이 깃든 산이기도 하구요. 지금은 리조트와 각종 위락시설이 들어선 유원지가 되었습니다. 수려한 산세 아래 넓고 맑은 호수에서 하루동안의 산책도 여유있어 보입니다. 산정호수 가까이 있는 자인사는 세워진지 얼마 안 된 사찰입니다만, 왕건의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라 한 번 들려봤습니다. 그런데, 크게 놀란 것은 보통 절에서 볼 수 없는 거대한 ..
임진각 주변 1.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2. 제 3 땅굴 3. 화석정 연록의 대지 사이로 쭉 뻗은 자유로를 달려 도착한 임진각 평화마루. 몇 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잔디 동산에는 많은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선입견 때문인지는 몰라도 형형색색의 바람개비와 조형물들이 공원의 분위기를 야릇하게 만드는 듯 싶었습니다. 거기에 철 잊어버린 연 날리기도 망향심을 돋우는 분위기였습니다. 때마침 남쪽에서 북쪽으로 바람이 불어 연들은 높이 날아 올라 북녘을 바라볼 듯 싶었습니다. 바람개비도 힘차게 돌아 분단의 그리움을 색깔로 토해내는 듯 했고... 주차장 앞에 안보 관광 프로그램이 있어서, 민통선 안쪽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짧고 군지역이라 사진 촬영을 제한했기에 남긴 것 ..
만리포에서 천리포까지 1. 만리포 2. 천리포 수목원 3. 천리포 항
영상기자재전 등 1. 영상기자재전시회 2. 성공회 성당 3. 맥커리 사진전 4. 쌈지길
화성시 남양성모성지 화성시에 있는 남양성모성지. 조선조말 신유박해를 비롯한 천주교 탄압으로 많은 사람들이 순교하였는데, 남양도 예외가 아니었겠지요. 그때 순교한 분들을 위해 1984년부터 성지개발을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성모성지 입구의 안내문과 통나무로 지은 초봉헌실입니다. 성체조배실, 석굴암처럼 암굴로 되어 있습니다. 겨울철 성모성지의 항공사진이명화 속의 성모님 이콘과 유사하다는 안내판과 사진들. 미사를 드리는 성당입니다. 그런데, 성당 안에는 십자가가 없고, 성당 전면 유리창 밖에 세워져 있습니다. 자비로우신 예수님 동상입니다. 예수님 동상 옆에 세워진 피에타 성모석상입니다. 죽은 아들 예수님을 끌어안고 슬퍼하는 성모님의 모습이 어찌 보면 동양적인 것 같기도 했습니다. 예수님 동상 주변에 조성된 묵주 알 위..
방화수류정과 화홍문(봄) 1234 5 궂은 날씨 때문에 4월에도 봄기운을 느끼기 힘듭니다. 날씨도 변덕스러워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니 외출도 쉽지 않습니다. 모처럼 햇살이 비치고, 맑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니 기분이 절로 상큼해졌습니다. 얼른 촬영도구를 챙겨서 화홍문으로 나갔는데, 도착해서 보니 역시나 오늘도 바람이 거셉니다. 다행히 기온이 어제보다 올라가 그리 춥지는 않았습니다. 방화수류정 앞에 연산홍이 유명한데, 금년은 꽃도 활짝 피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건지 어쩐지... 날씨가 풀리고 정상적인 봄날씨를 되찾았으면... 가뜩이나 어려운 세상에 날씨만이라도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봄봄-김유정문학관 경춘선 열차를 타면 남춘천역 바로 앞의 역이 '김유정역'입니다.예전엔 춘천의 남쪽에 있는 철도역이라는 의미의 신남역이라고 불렸던 곳인데, 김유정님을 기리기 위해 김유정역으로 개명했습니다. 역에서 걸어서 조금 들어가면 김유정님의 고향 실레마을입니다. 지금은 '실레'대신 '증리'라고 부릅니다. 바로 그의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작은 마을이지요. 그 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경춘선 전철사업으로 교통이 좋아져 땅값이 무지 올랐다는 것만 빼고는요. 자동차로 갈 때에는 춘천고속도 강촌IC에서 빠져나가, 의암댐 아래 새로난 길로 진행하다가 김유정문학관 이정표를 보고 찾으면 됩니다. 강촌IC는 말만 강촌이지. 강촌까지 나가는 길이 퍽이나 멉니다. 강촌부터 의암댐까지 가는 길은 북한강을 끼고 ..
조팝꽃 겨울 가시 간밤에 보인 가시나무 앙상한 겨울 가시 하나 몸을 뒤집고 온몸을 뒤척이고 다시 뒤집던 내 여윈 가슴팍 찔러 종내 내 意識에 걸려 있다. 바람 불어 흔들리던 초승달 하나 보이지 않는 슬픔 안고 어둠 속 당신의 눈망울 속에 끝내 울고 있다. 안개 속에 잦아지는 街路燈처럼. 개울가 살랑이는 조팝나무 실가지 하나 어두운 햇살더미, 冬眠의 대지 위에 자꾸만 저린 눈 감지만 4월의 화사한 滿開를 꿈꾸는 것을. 계절은 아직도 기인 겨울 차가운 바람 속에 얼음보다 더 단단히 머물러 있건만 길게 누워 있는 傷處입은 내 의식 하나 가시나무 앙상한 겨울 가시 위에 움트는 것을.
광화문, 삼청동, 경복궁, 청와대 주변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뒤편에 조성된 잔디 공원 삼청동 언덕, 북촌주변 - 내국인과 외국인이 뒤섞여 글로벌 정서가 넘쳐흘렀다.주변의 경관들은 국적 상실한 골목길.지도를 들고 주변을 탐색하는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경복궁 강녕전 내부 임금님 침전, 금년엔 강녕전을 공개하는 해인가 보다. 향원정 옆에서 열변하시는 역사 해설가님조선 건국 공신 정도전 이야기부터 을미사변 명성황후 이야기까지 마이크도 사용하지 않고 구수하게 잘도 하셨다. 건청궁 안, 고종은 사대부풍 처소를 원했기 때문에 단청을 칠하지 않았단다.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된 곳. 경복궁 북문, 신무문 나가는 길 신무문 앞, 길 건너편이 바로 청와대 정문 신무문 서쪽길을 조금 내려가면 청와대 홍보관인 청와대 사랑채가 있다. 청와대 사랑채 2층..
황매화 조팝나무 찍으러 산에 올랐더니, 조팝꽃은 이제 몽우리져 한두 개 터트리고 있었기에, 그 대신 찾아 나선 것이 탐스럽게 피어난 황매화였다. 늘 그 자리에서 쓰러져 썩어가는 고목을 뒤덮고 피워낸 그 모습에서 올해도 유감없이 진정한 봄을 발견한다. 비록 날씨는 흐려 화창하진 않지만, 그토록 기다렸던 봄이었기에, 만발한 노랑꽃을 보고 비로소 온전한 봄기운을 느껴 보았다.
영암 월출산 날씨 쾌청! 온도 적당... 벚꽃이 지기 시작할 즈음, 월출산에 올랐다. 2년 전 눈을 밟으며 구름다리에서 멈췄던 것이 애석하여 드디어 종주의 길을 나섰다. 천황사터에서 구름다리 - 사자봉 - 천황봉 - 구정봉 - 억새밭 - 도갑사에 이르는 여정으로 대략 5시간 예상을 하고 11시 정각에 천황사 주차장을 출발했다. 등산로 초입부터 많은 등산객들이 몸을 풀고 경쟁하듯 오르기 시작했다. 천황사지와 바람골이 갈라지는 3거리 이정표 이정표가 곧 여정이었다. 바람골 길이 좋을 것 같았으나, 일행을 따르기로 했다. 지난번 구름다리까지 오르는데도 심장이 요동쳤었다. 선두 그룹을 쫓다가 결국 조금씩 쳐지고 말았다. 호흡이 가빠져서 조절하다 보니 페이스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낮은 평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가파른 급경사..
오산 물향기 수목원 날씨가 흐리고 차창엔 살짝 빗방울이 비쳤지만 봄향기를 위해 수목원을 찾았다. 궂은날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아침 일찍부터 붐비고 있었다. 온실 안 원숭이 조형물로 어린이들이 좋아했다. 어렸을 때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었던 바나나... 야외 조류장에서 만난 타조, 근접해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수족관 안의 철갑상어, 한 마리라 외로워 보였다. 흐리고 쌀쌀한 봄날씨였지만 많은 상춘객들이 가족들과 봄을 즐기고 있었다. 도심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자연이 있어 매우 좋았다. 이곳은 경기도립 수목원으로 본디 임업시험장이었던 것을 수목원으로 꾸며 운영하기 때문에 주차료와 관람료도 저렴했다. 도시인들의 한나절 산책 코스로 매우 좋을 듯싶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해 많은 학습자료를 마련하였기에, 아이들 자연학습장으로 좋..
군포 수리산 광교산에 오를 때마다 서쪽에 있는 수리산 준봉을 바라보며 벼르기만 하다가 드디어 날을 잡았다. 인터넷으로 수리산 등반로를 검색한 후, 군포 도서관에서 출발하여, 태을초등학교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집에서부터 대중교통은 불편하고 시간도 더 걸려서, 부득이 승용차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동군포 IC에서 빠져나가 군포 중앙도서관으로 갔다. 군포 중앙도서관 부근에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인근 아파트 상가에 임시방편으로 주차했다. 벌써 많은 행락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을 오르고 있었다. 단독산행이라 지도 표시대로 옮겼지만, 임도 오거리라는 곳에 이르니, 그 많던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인적이 없어 모처럼 한산한 산행을 하게 되었다. 아래 지도의 2코스 - 5코스로 예상 시간은 3시간 30분 ..
안성 칠장사 봄기운이 완연한 일요일, 홍명희의 대하소설 "임꺽정"의 배경이기도 한 안성 칠장사를 찾았다. 십몇 년 전에 방문했던 곳이라 옛 기억을 떠올렸는데, 예전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어 보였다. 내륙에 있는 탓인지, 봄기운이 늦은 감 있었는데, 가족들과 나들이 오신 관람객들이 의외로 많았다. 고려 때 혜소국사(慧炤國師)가 일곱 도적을 제도하니 이들은 일심정진해 도를 깨달았기에, 산이름은 칠현산, 절이름은 칠장사가 되었다고 한다. 주차장 옆의 일주문. 일주문 옆에 도로가 나 있어 웬일인지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절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근년에 지어진 듯하지만 소박한 모습이었다. 일주문 바로 위의 천왕문이다. 대웅전 좌측 건물 벽화. 태봉국의 궁예왕이 13세 때까지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보냈다. 그는 특히 활을 잘 ..
화성의 봄 모처럼 날씨가 화창하여 화성에 봄맞이 나갔습니다. 맑은 햇살과는 달리 바람이 제법 차가웠으나, 이젠 봄인걸 바람이 어쩌겠습니까. 연무대 활터부터 걸어서 도보순례하기로 하고, 화성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방화수류정으로 갔습니다. 연못가 버드나무에 연두색 잎이 망울졌습니다. 마침 산수유가 만발했기에 화면에 함께 넣었습니다. 방화수류정은 영산홍이 만개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연분홍 꽃들이 어우러진 연못의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날개돋친 정자, 그 정자가 바로 방화수류정입니다. 화보에서 많이들 보셨지요. 성밖에서 본 방화수류정과 화홍문입니다. 성안에서 본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화서문에서 화성장대에 오르는 성밖의 길 화성 전체를 조감하고, 전쟁시 총지휘하는 화성장대. 행궁 중심으로 서쪽에 있어서 서장대..
死亡遊戱(사망유희) 번지점프를 해보셨나요? 남이섬에 갔다가 우연히 점프대를 발견하고는, 점프 순간을 지켜보았습니다. 허리에 맨 밧줄의 길이만큼 엄청난 중력의 속도로 떨어지다가, 수면 가까이에서 멈추는 순간, 밧줄의 탄성으로 다시 공중으로 솟구쳐 오른 후, 다시 떨어졌습니다. 몇 번의 출렁거림 후에 강 위에서 대기하던 배에 내려 지상 위로 올라왔습니다. 처음 점프할 때는 호기 있게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뛰던 사람들도, 다시 튕겨 오른 후, 다시 떨어질 때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습니다. 공수부대 제대한 친구의 말을 빌리면 점프낙하를 하면 할수록 공포감이 더하다고 하던데요. 떨어질 때 무슨 생각이 들지 궁금합니다. 죽음의 공포는 없었을는지... 스카이 다이빙 하는 사람, 페러글라이딩하는 사람들 역시, 추락의 공포를 극복했겠..
화성시 제부도 밀물이 들어오면 섬이 되고, 썰물로 물이 빠지면 육지가 되는 섬, 제부도. 우리나라엔 그런 곳이 꽤 많이 있지요.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제부도입니다. 수도권에 위치하기도 하지만, 유명해진 탓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그 덕에 섬의 서쪽 해안에는 횟집과 놀이 시설, 모텔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차라리 계획적으로 개발이 이루어지면, 모양새는 보다 좋아질 텐데, 난개발이라 어수선합니다. 2-30 년 전 한가로운 서해안 어촌이었을 때가 더 낭만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80년대 후반에 이 섬에서 하룻밤을 텐트 치고 자면서, 주민들에게 맛조개를 사서 삶아 먹다가 진주 알을 씹은 적이 있었습니다. 어찌나 놀라고 신기했던지, 그 진주 알을 고이 간직하다가 값을 물으니 상품성이 전혀 없다는 거였습니다. 너무..
2010 03.... 3월 22일 오후... 3월 23일 오후 변화무쌍한 3월이다. '마지막 눈이겠지...' 하면 또 내리고, 또 내리고... 이번 겨울은 퍽이나 길다. 그래도 봄은 찾아들겠지. 많은 눈이 내렸음에도, 따뜻해진 날씨에 여기저기에서 봄꽃을 피운다. 오는 세월 막을 수는 없겠다.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봄기운에 심호흡을 크게 해 본다. 지루한 3월이지만, 그 3월도 벌써 끝나간다. 이제는 정말 봄이겠지.
해남 땅끝마을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 지금은 완도가 연륙되어 땅끝의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땅끝마을"이란 지역이름은 성공작으로 생각이다. 조그마한 포구에 불과한 이 마을이 대한민국 유명 관광지로,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까. 이런 동네가 꽤 있다. 동쪽으로 최동쪽이라는 호미곶도 그렇다, 삼척에 가면 삼국유사에 나오는 수로부인 이야기의 배경을 자기 마을이라고 주장하여 기념물까지 세워둔 임해정, 헌화로도 있다. 이 밖에도 홍길동 마을, 흥부 마을도 비슷한 경우로 생각한다. 타당성이 있으면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조작성이 농후할 땐, 보는 기분이 여간 씁쓸한 것이 아니다. 이번 이곳 방문에 세 번 째지만, 전에는 부두 구경도 하지 않고 횟집에서 회만 먹고 스쳐 지나간 듯 싶다. 왜냐하면, 바닷가에 그 흔한 조그마한 포구와 차..
해남 달마산 3월 중순임에도 밤새 내린 폭설로 또다시 한겨울을 맞은 미명에, 땅끝마을 해남을 향해 불안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다행히 차도에는 길이 살짝 얼어붙은 정도여서 차량운행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또한 하늘이 맑아 행선지에 도착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했고... 고속도로로 나가자 도로 옆 나무들이 모두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 있어서, 마치 영화 "의사 지바고"의 한 장면쯤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해남으로 접어들자, 빨갛게 갈아엎은 황토밭과 가로수로 심은 동백이 우리를 반기었다. 눈은 찾아 볼 수 없고, 싱그러운 봄 기운이 무르익고 있었다. 적어도 차 안에서는 봄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차가운 강풍이 온 몸을 휘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백꽃은 새빨간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사나운 바..
동백꽃과 산수유 1. 동백꽃(생강나무 꽃) 2. 산수유 꽃 나는 약이 오를 대로 올라서 두 눈에서 불과 함께 눈물이 퍽 쏟아졌다. 나뭇지게도 벗어 놀 새 없이 그대로 내동댕이치고는 지게막대기를 뻗치고 허둥허둥 달려들었다. 가까이 와 보니 과연 나의 짐작대로 우리 수탉이 피를 흘리고 거의 빈사 지경에 이르렀다. 닭도 닭이려니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 없이 고대로 앉아서 호드기만 부는 그 꼴에 더욱 치가 떨린다. 동네에서도 소문이 났거니와 나도 한때는 걱실걱실히 일 잘하고 얼굴 예쁜 계집애인 줄 알았더니 시방 보니까 그 눈깔이 꼭 여우 새끼 같다. 나는 대뜸 달려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큰 수탉을 단매로 때려 엎었다. 닭은 푹 엎어진 채 다리 하나 꼼짝 못 하고 그대로 죽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섰다가 ..
버림으로써 얻는 사람 추웠던 날씨마저 따사로운햇살에 사라져 봄기운이 이 세상에 만연한데, 스님은 떠나셨다. 가난을 미덕으로 삼고, 있는 것이 마음의 누(累)라고, 말씀하시던 스승님이 오늘 한 줌 재로 먼 길을 가셨다. 평소의 그분답게 사리도 얻지 말며 탑도 쌓지 말라고 하셨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번 쯤 생각해 볼 말씀이다. 아무 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역리(逆理)이니까."평소의 말씀을, 가시면서도 몸으로 보이시며, 가르침만 남기시고, 육신은 우리곁을 떠나시고 말았다. 못 살던 6~70년대에 비해 그래도 잘 살게 되었다는 요즘, 왜 사람들은 행복하지 못하고 조바심을 내며 불행해 하는 걸까. 판자집에서..
동네 뒷산 눈길 높고 깊은 산 위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눈꽃들을 뒷산에 올라 풍성하게 보았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도 예전엔 볼 수 없 었던 엄청난 양이어서 작은 나무들은 휘어져 지표면에 끝이 닿았다. 내리던 비가 나뭇가지를 적시고, 그 위에 점도 높아진 눈덩이들이 쌓여 무게를 더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듯 발자국이 어지러웠다. 사람들의 발자국이 없는 골짜기엔 이름 모를 동물들의 발자국들이 외줄기로 찍혀 있었다. 너구리? 아니면, 오소리? 혹은 족제비는 아닐는지. 눈 내리면 가장 힘든 것이 산짐승들일 텐데. 동행했던 이웃은 이들이 불쌍해서 고깃덩이라도 길목에 매달아 줘야겠단다. 간혹, 쌀이나 옥수수 알갱이들을 산에 뿌려주는 분들도 보았다. 거룩하신 그분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며, 자연에도 인색한 내 자신을 반성..
눈꽃망울 반쯤이나 벌어졌던 개나리 꽃망울에 눈이 쌓였다. 변덕스런 날씨에 개나리가 얼지는 않았을지 걱정이다. 포근한 봄기운에 고개를 내밀다 된 시련을 겪고 있다. 안쓰러운 마음으로 개나리 가지를 흔들어 눈을 털어보았지만, 개나리 숲더미 전체를 감당할 수 없음에 어찌할 수 없어 그만두고 말았다. 우리네 곡절많은 인생처럼 봄맞이하던 개나리도 역경에 빠져들고 말았다. 다행히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눈들이 녹아내리기에 개나리도 곧 극복하겠지만... 한글학자셨던 일석 이희승 선생님의 수필인 "딸깍발이"한 구절이 생각난다. 가난한 남산골 샌님이 불도 지피지 못해 얼음장 같은 냉골에서 이불을 휘감고 오들오들 떨면서도 "요놈, 요 괘씸한 추위란 놈 같으니, 네가 지금 이렇게 기승을 부리지 마는, 어디 내년 봄에 두고 보자."라..
3월에 내리는 눈 3월에 내리는 눈은 서설이라던데, 서설치곤 너무 많이 내렸나 보다. 아침부터 출근길 교통이 말이 아니라는 뉴스에 걱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눈꽃이 너무 아름다워 애들처럼 부랴부랴 카메라를 들고 뒷공원으로 나갔다. 비가 내리다가 그 위에 눈이 내려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수북수북 쌓여 피었다. 나뭇가지들이 눈무게를 감당 못해 부러질 듯 축 휘어져 지표면으로 늘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핸드폰을 꺼내 모처럼의 진풍경을 이리저리 찍는다.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에서 순백색의 자연에 빠져 든다. 눈발이 차츰 가늘어지며 햇살도 조금 비친다. 이번 겨울의 마지막 눈일 것이라 생각하며 동네 공원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따스한 봄을 고대하는 마음으로 철 지난 자연의 성찬을 만끽해 보았다.
연오랑 세오녀 포항 구룡포 호미곶 연오랑 찾는 세오녀 그대 아침 바다로 나간 날, 그대의 그림자, 흔적마저 사라져 모든 것이 어둠 속 절망으로 바뀌어 하염없는 설움으로 하얗게 온 밤을 밝혔다오. 그대 돌아오지 않음에야 내 맘 속 그득했던 그대 자리에 몸 시려워 더운 날에도 전율하는 사시나무처럼 온몸을 나부끼며 찾아 헤맸다오. 어디로 가신 건가요? 어디에 계신 건가요? 수평선을 바라보며 소리쳐 불러봐도 돌아오는 것은 파도에 휩쓸리는 물거품뿐, 옆에 있어야 할 그대의 뜨거운 숨결 느낄 수 없는 이 커다란 외로움을 하늘님은 아실까요? 용왕님이 아실까요? 아아! 그대여! 내 사람, 연오랑이여! 바닷가 조그만 바위 위에 신발만 남겨 놓고 사라진 남편을 찾으며 아렇게 절규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았다. 한반도의 최동쪽 호미곶에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