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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골 한옥마을 09년 7월 30일 남산골 한옥마을. 뜨거운 날씨였지만 방문객들이 많았다. 동아시아인들은 외양으론 구별이 안되어 말소리로 알 수 있겠는데, 중국사람들이 많아, 한옥마을이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중요한 곳으로 생각되었다. 한옥마을 입구 안내문에는 이곳은 원래 맑은 계곡물이 흘러 푸른 학이 살고 있어 청학동이라 불리던 곳이린다. 이곳에 옛 정취를 살리고자 정자를 짓고 사대부 집과 평민의 집, 모두 다섯 채를 옮겨 한옥마을을 조성했노라고 적혀 있었다. 한국역사의 특수성 때문에 우리에겐 보존된 옛것들이 너무 적다. 이 한옥마을의 첫인상도 박제된 마을 같다.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한국의 전통미를 찾아보려면 서울은 불가능할 것 같고, 안동이나 가야 살아 숨 쉬는 전통가옥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민속촌이나 박물관에..
수원 광교산 생각나면 불쑥 오르는 산이다. 전에는 가까이 있어도 소 닭 보듯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었는데, 요즈음은 광교산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높지 않아서 아기자기하고 맑은 날이면 한 걸음에 달려갈 듯 남산 서울타워까지 한눈아래 다가온다. 숲이 좋아 여름땡볕도 시원하게 가려주고 곳곳에 쉼터가 마련되어 숲 속에서 상쾌하게 기분전환도 할 수 있고, 등산로 또한 잘 정비되어 시민들의 휴식을 위한 수원의 제일강산이다. 토요일 일요일에는 사람들로 넘쳐 산 전체가 몸살을 앓지만, 나름대로 수원시에서 관리를 잘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요즈음 광교신도시 조성사업으로 산발치 아래를 깎아먹어 고층아파트로 채우고 있다. 벌써 수지 방면 산자락은 무분별한 용인 관계자들과 업자들 때문에 지렁이 토막 나듯 토막토막 잘려나..
속리산 12월 3일. 스산한 겨울비가 내렸다. 현관문을 나설 때 날리는 빗방울에 예감이 좋지 않았지만 약속된 산행인지라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방풍복 위에 작은 빗방울들이 맺혀 굴렀다. 다행히 버스가 남진했을 때, 그쪽은 잔뜩 흐리기만 했을 뿐 비는 내리지 않았다. 간혹 구름사이로 빼곡히 얼굴을 내민 흐린 날씨 탓에 달빛 같은 태양도 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며 경북 상주 화북에서 등반을 시작했다. 등반경로는 문장대에 올라 주능선을 타고 천황봉까지 갔다가 그 너머 법주사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흐린 날씨였지만 시계는 양호하여 출발이 순조로웠다. 30년도 더 지난 예전에 문장대에 올랐던 적이 있었기에 이번 산행은 의미가 있었다. 강산도 세 번은 더 바뀌었을 세월에 젊은 시절의 추억들이 피어올랐다. 문장..
청계산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엎드려 간절히 자신의 소망을 빌고 있습니다. 그들의 소원은 모두 동일합니다. 자식들의 수능고득점! 수능고득점을 위해 빌고 또 빕니다. 절에서, 교회에서, 또는 점집에서, 부처님께, 하느님께, 신명님 또는 대감님께 열심히 빌고 또 빕니다. 비는 정성에 비례하여 점수가 나오길 갈망하지만 결과는 반드시 그렇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산에 오르며 저분들의 소망이 이루어지시기를 염원해 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착취의 대상으로 여겨 왔습니다. 젖 떨어지기 무섭게 유치원에 입학해야죠. 아이들은 초등학교 다니면서부터 방과 후, 몇 개의 학원을 돌면서 생존을 위한 학습활동에 힘씁니다. 중학생이 되어선 특목고에 가기 위해, 또 특목 학원에 다녀야 합니다. 해괴..
하롱베이와 하노이 아침식사 후 곧장 하롱베이 선착장으로 갔다. 물을 좋아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인자는 요산요수라 했으니 물을 벗 삼아 지내는 것이 사람의 심성을 너그럽게 하나 보다. 이곳은 물 좋고 아름다운 기암괴석들로 가득하니 금상첨화라 하겠다. 선착장 대합실을 빠져나가 계단으로 내려가 대기하고 있는 유람선에 올랐다. 오늘은 이 배에서 하루종일 선상유람할 예정이다. 비슷 비숫하게 생긴 수많은 유람선들이 즐비하다. 그 사이로 우리를 태운 유람선은 바다로 나갔다. 바다라고 하지만, 잔잔한 물결이 호수 같다. 이 넓은 바다 호수에 기암괴석으로 된 무인도가 수천이란다. 참으로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이라 하겠다. 유람선은 목선으로 2 층 구조였는데 아래층은 식당으로 꾸며졌고, 2층은 갑판으로 사방을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하롱베이 가는 길 9년 5월 11일 오전 5시 50분 인천행 리무진에 올랐다. 밖에 비가 내리고 운전기사는 아직 승차하지 않았다. 운전석 뒤에 자리 잡고 앉았다. 베트남! 어린 시절 파월국군아저씨들께 위문편지 무지 썼다. 답장도 한 번 받았었는데, 답장 주신 그분, 몹시도 외로웠던 분이었나 보았다. 남자 중학생이 상투적으로 쓴 위문편지에 답장을 받는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 답장 속에 동봉되었던 사진은 야자수 아래 선글라스 쓴 멋진 국군 아저씨였었다. 그 후 그분은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무사히 귀국하셨으리라 믿고 싶다. 또, 그 시절 소풍 가서 노래 부르라면 "남~남쪽 섬에 나아라 월남에 다알밤, 시입자 성 저 벼얼비츤 어머어님 어얼굴. 그 누우가 불러 주~우는 하모오니카아냐? 아리랑 멜로디가 향수에 젖..
방화수류정과 장안문(가을) 수원 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묻는다면 대부분 방화수류정을 그 첫째로 답할 것이다. 화성의 지휘대인 팔달산 정상에 있는 서장대도 아름답지만 아름다운 정자와 그 아래 인공적인 연못, 그리고 수원천을 건너는 화홍문, 이들의 조화만으로도 조선조건축물 중에 압권이다. 이 방화수류정의 아름다움에 몇 번 출사를 나왔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 하나 얻지 못했다. 오전에 햇살을 등에 지고 순광으로 촬영해야 할 것 같다. 10월 25일, 오후. 역시 역광이다. 조심조심 구도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결과물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다. 사진을 찍고 정자 위에 올라갔다. 사진 뒤쪽 희미한 산이 팔달산이고 산 위에 작은 점처럼 찍힌 것이 바로 화성의 지휘대인 서장대(화성장대)이다. 몇 년 전 취객의 방화로 소실된 것을 다시 복..
명성산 역사는 언제나 승자 편이다. 궁예는 미륵불 신앙을 가진 민중불교 신봉자였다. 그는 메시아처럼 미륵불이 민중들을 구원한다고 믿었다. 어쩌면 자신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원할 수 있는 미륵의 존재로 행세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신라 왕족으로 태어나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 박해받다가 태봉국을 세우고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 백성들을 떠받든다. 궁예는 궁궐 가까운 강가에서 불쌍한 백성들을 생각하며 한탄의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때부터 그 강을 '한탄강'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믿었던 부하가 모반을 일으켜 그를 죽이려 했다. 궁예는 자기를 지지하는 일부의 군사들을 거두어 이 산에 들어와 자신의 신하였던 왕건과 맞섰다. 그러나, 결국 궁예는 왕건을 극복하지 못한 채 이 산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궁예..
가야산 가야산이라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합천, 그리고 해인사 팔만대장경이다. 그런데, 해인사 보다 더 유명한 것이 가야산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도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학교 교육 때문인 것 같다. 빼어난 산을 찾아 스님들이 찾아들어 터를 잡고 절을 세웠을 게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만을 우리의 전부로 여기는 것이 현실인가 보다. 그래서 몇 번이나 마음만 먹었었던 가야산을 찾기로 결심했다. 도착한 곳은 합천이 아니라 참외로 유명한 성주군 백운리였다. 차에서 내리기 전 차창으로 얼핏 본 구름에 휘감기는 준봉들의 모습에서 이미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주차장에서 내려 산행을 준비하며, 위로 올려다본 가야산 산세가 벌써 예사롭지 않다. 설렘을 안고 출발했다. 2009-09-03-10-20 백운동 휴게..
소백산 삼가리 주차장부터 출발하여 등반을 시작했다. 평소 죽령을 굽이굽이 돌아 넘으면서, 고속도로 개통 뒤엔 터널로 단숨에 통과하던 소백산! 등반은 처음이다. 삼가리 주차장에서 비로봉까지 5.5km임을 이정표가 알려 주었다. 산길이 순탄치 않다. 움푹움푹 파이고, 나무뿌리가 흉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파여나간 등산로에 돌을 채워 넣으며 보수하고 있었다. 돌길은 힘든데... 태풍에 쓰러진 나무 중간중간엔 나무 계단을 만들고 폐타이어를 이용해서 경사로 바닥에 깔았다. 아마추어 등반객에게는 참 고마운 일이었다. 수상한 마대 자루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돌덩이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파여나간 등반로를 보수하기 위해 헬기로 날라 온 돌이다. 문제는 이 돌길이 등반하는 사람들 관절을 그냥 두지 않을 것 같다. 등반객을 조금..
가을 서정 - 블러그를 시작하며 비 뿌린 후, 여름날의 풍요는 과거 속에 묻혀가고 있다. 공원엔 뼈대만 남은 나무들이 여름살이 흔적들을 선명한 색깔들로 떨어낸다. 우리네 하루하루의 일상들도 가을 빗속에 씻겨 흘러간다. 조금 더 세밀하게 나타나는 주름살들과 희끗희끗 탈색되는 머리칼들이 삶의 자취들을 일깨워 준다. 바람에 날리는 여름날의 껍질들을 보며 또 한 해가 그렇게 지나감을 새삼 느껴 본다. 사진을 찍으면서, 컴퓨터 하드 한 구석에 쌓여만 가는 데이터들을 활용해 볼 생각을 하다가 정리해 보기로 했다. 정리의 한 방법이 바로 블로그에 사진들을 정리하여 내 일상들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보지만, 쉽지만은 않다. 그동안의 산행이나 여행 중에 찍은 사진들에 생활의 단상들을 적어보기로 했다. 블로그에 서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