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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황매산 철쭉 말로만 들었던 황매산 철쭉꽃은 정말 대단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행에 민감한 건 정말 우리의 기후와 자연 때문이겠다. 그래서 분명하게도 메뚜기는 한 철이겠다. 산청군 장박마을에서부터 비탈진 산길을 올라 능선 산행에 접어들면서부터 사방은 철쭉꽃 천지였다. 내 생애 이렇게 많은 철쭉꽃을 본 건, 이번 산행이 처음이었다. 소백산 산행 때는 철을 놓쳐 시들어가는 철쭉꽃을 보곤 여간 실망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황매산 철쭉꽃은 정말 일품이었다. 때 맞추어 철쭉꽃을 보러 나온 전국의 등반객들 또한 대단히 많았다. 이따끔 길목마다 앞으로 나가기 위해선, 추석날 귀성열차표 사는 줄만큼이나 길게 줄을 서서 반걸음씩 움직였다. 인파 못지 않게 폴싹거리는 먼지도 대단했다. 이토록 철쭉꽃이 활짝 핀 장관을 본다면, 대여섯 시..
온통 꽃동네 "내가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이른 봄 풍경은 이미 지나고 여름 같이 무르익은 오월의 봄이 되었다. 해마다 이삼 월이면 남녘의 소리에 귀를 쫑끗 세우고 꽃소식을 기다리는데, 산길을 걷다 이름 모를 풀꽃을 바라봐도 감격하고 만다. 그러나 벌써 지천으로 널린 꽃에 무감각해져서는 웬만해선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사람 마음이 이토록 간사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욱 시세에 민감한 것은 우리나라 기후 때문인 것 같다. 몇 달 전, 겨울에 동남아 골프여행 갔다 오신 분 말씀이 그 쪽 사람들은 쉬 늙어 보인단다. 연세가 70이신데 그쪽 사람들은 50 정도밖에 쳐주지 않아 20여 년 젊어져서 보름동안 재미있게 지내셨다고 했다. 그러고 보..
윤삼월 그토록 춥고 지리하던 겨울 끝에 봄맞이한 것이 엊그제인데, 요즘은 한여름 폭염처럼 햇볕이 뜨겁다. 무더위 때문인지 벌써 뜨락의 영산홍도 제빛깔을 잃어간다. 머리가 아파 산책삼아 잠깐 뒷산에 올랐더니, 앙상하던 나목의 계절이 언제였나 싶게 녹음이 무성하다. 향긋한 숲내음과 이름모를 꽃향기가 진하게 퍼져왔다. 양지녘엔 벌써 아카시아 꽃이 떨어진다. 예년에 비하면 1주일은 빠른 듯 싶다. 오월하고도 중순쯤에 피는 아카시아꽃이 벌써 피었다. 일찍 피어야할 과수나무꽃은 추위 때문에 늦게 피었다고 한다. 자연도 순리대로진행되면 좋을텐데, 기후변화가 들쭉날쭉 변화무쌍해서 조금은 걱정스럽다. 자연도, 세상사 사람들의 일들도, 순리대로 때맞추어 풀려나갔으면 좋겠는데... 윤사월 박목월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
안스러운 서삼릉 고양시 원당에 있는 서삼릉, 3 릉 중 중종의 아들 인종의 능인 효릉은 개방하지 않았고,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의 희릉과 철종의 능인 예릉만 개방하고 있었다. 서삼릉으로 가는 길목에 농협대학이 있고, 서삼릉 주변엔 경마 교육원이 있어서, 사람들이 많았다. 능안에서는 방문객들이 그늘 아래돗자리를 깔고 쉬거나, MT 나온 젊은이들이 레크리에이션을 즐기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여유로운 풍경으로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 단위의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는 소풍장소로 좋을 듯했다. 희릉과 예릉 만을 개방했기 때문에 산책 코스가 짧고 볼거리가 많지 않다. 애초에 넓은 권역임에고 불구하고 개방된 곳이 적어 안타깝다.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조선왕조의 능역으로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매우 아쉽다..
구름 많은 봄날, 수원 화성 구름이 많은 날이었다. 맑은 날보다 구름 풍경이 좋아 보여 화성으로 나갔는데, 구름 무게가 너무 무거워 보였다. 구름이 해를 가려, 한참을 기다리다가 지쳐, 여름 같은 더위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늘진 모습도 그대로 담아 버렸다. 화성의 백미인 방화수류정은 영산홍이 빠알갛게 핀 요즈음이 가장 아름다울 때라고 생각한다. 2 년 전 태풍의 피해만 없었다면 한껏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을 텐데, 아쉬운 일이었다. 새로 조성한 방화수류정 주변에 나무들의 부목들이 볼상 사납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뿌리도 활착 되리라 싶다. 그러면 아픈 과거의 상처도 잊고 새로운 모습으로 예전의 아름다움을 찾아갈 것이다. 방화수류정 암문에서 올려본 동북포루 영산홍과 방화수류정 용연에서 올려본 방화수류정 동북포루와 방화수류정 방화수류..
전주 한옥마을 너무 늦은 시간에 전주에 도착했기에 밤풍경만 볼 수 있었다. 오목대 아래 한옥마을 입구에서 우회전해서 주욱 들어가니, 오색 가로등이 걸린 한옥마을 풍경이 고풍스러웠다. 세트장 같은 서울 남산한옥마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기가 발랄한 도심이었다. 하기사 조선왕조의 정신적 중심지가 바로 이곳이 아니던가. 어둠 속에서 관광 안내소의 한옥마을 약도를 보고, 경기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큰길 따라 수박 겉핥듯 산책하며 이동했다. 특히 경기전 앞의 전동성당은 ISLAND님의 블로그에서 많이 본 풍경이어서 그리 생소하지는 않았다. 늦은 저녁 시간임에도 성당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었다. 이곳 전동성당이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지라는 것은 기념물을 보고 처음 알았다. 성당중앙, 고풍 어린 종탑의 머리 부분은 로마..
2012 고양국제 꽃박람회 바야흐로 봄이 되니, 이곳저곳 볼 것이 참으로 많다. 이른 봄꽃인 벚꽃은 이미 시들어 떨어지고, 본격적인 봄꽃들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마음껏 뽐낼 때이다. 때마침 일산 호수공원에서 국제 꽃박람회가 열려, 호기심에 봄꽃들을 즐기러 찾았다.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만큼 우리 주위에 볼 것이 없어서이겠다. 때문에 전람회, 축제라면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모여든다. 주차할 곳도 마땅하지 않은 데다가, 푸대접받기 일쑤이기 때문에, 내 개인적 취향과는 맞지 않는다. 이 번엔 그동안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처음으로 꽃박람회를 방문하게 되었다. 주차료는 2000원이었고, 입장료는 성인 기준 1인당 1만 원이었다. 놀이 공원도 아니고 공공기관에서 개최하는 박람회인데 1인당 만원씩 하는 입장..
수원, 서호공원 서호는 정조대왕이 화성을 축조하며 만든 수원 화성의 서쪽에 있는 인공 호수이다. 수원에는 강이 없기 때문에 정조대왕은 화성을 중심으로 서남북쪽에 인공 저수지를 조성했다. 그때 서쪽에 축조한 저수지가축만제인데, 화성의 서쪽에 있어서 서호로 불린다. 정조대왕이 축조한 저수지는 북쪽에 만석거, 남쪽에 만년제가 있다. 북쪽의 만석보는 현재 만석공원으로 조성되었고, 남쪽의 만년 제는 농업용 저수지가 아니라 조선왕실이 축조한 최대 규모의 방지원도라는 설이 있다. 방지원도는 경복궁 향원정 연못처럼 네모난 연못 중앙에 둥근 섬이 있는 민족 고유의 연못 조성방식이다. 학계에서는 방지원도의 탄생 배경을 음양오행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 성리학 등에서 찾고 있지만 정작 중국에는 방지원도가 없다고 한다..
인드라 공동 생명체의 지리산 실상사 하늘이 점차로 맑아지더니, 쨍하니 햇볕이 났다. 하루 만에 보는 햇살이지만, 전날 하루종일 폭우 속에 차를 달렸기 때문에, 마치 여름 장마 때 맑은 하늘을 보는 것처럼 반가웠다. 산청에서 국도를 타고 함양까지 올라갔다가, 문득 실상사를 찾기로 했다. 신라 고찰로 유명한 절이라는 얘기에 지도검색을 하니, 함양에서 20여 km로 40분여 소요된단다. 목적지를 실상사로 맞추고 차를 돌렸다. 국도로 달려 고갯마루에서 경상도계를 넘어 전라도로 들어섰다. 고개 마루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투리를 사용할까. 좁은 나라에, 가까운 지역에서 고갯마루 하나로 경상도와 전라도로 갈리게 되는데, 두 지역의 갈등이상극처럼 첨예화되어 있으니, 궁금하기 이를 데 없었다. 모처럼의 여행이 남해까지 점찍고 오긴 했지만, 결국은 지리산..
山靑, 벼랑 위의 암자, 정취암 지루하게 내리던 비는 멎었다. 간혹 이슬처럼 간간히 뿌리기는 했지만, 움직이는 데는 전혀 지장 없었다. 장대비를 맞으며, 어쩔 수 없이 진주에서 잠을 잤는데, 비바람 소리에 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새벽녘에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비는 멎어 있었고, 도도히 흐르는 진주 남강에 가로등빛이 빛나고 있었다. 맑은 아침을 기대하며 다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깨어보니,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차라리 남해에서 하룻밤 자고 못다 한 경치를 다시 찾아보지 못한 것이 후회되기도 했으나, 다시 그곳까지 내려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짜낸 묘안이 고속도로를 타고 북상하면서 휴게소에 들러 안내를 받아보자는 것이었다. 산청 휴게소에 들러 아침을 먹으며, 관광 안내지도를 살피며 찍은 곳이 바로 정취암이었다...
비오는 날의 남도 풍경 남도 여행 내내 빗속의 강행군이었다.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목적지 도착해서도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되돌리기 일쑤였다. 대기상태로 꺼내 논 카메라를 들고 풍경을 살펴보았지만 빗줄기 속을 뚫고 나가기는 엄두조차 못 내었다. 남해의 길은, 섬 전체가 구불구불한 슬로우 로드(?)였다. 비까지 내리니, 어쩌다 관광버스가 길을 막고 앞에서 달리면, 한참을 그 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녀야 했다. 목적지 보리암에 도착했는데, 주차장 안내 직원이 구름과 안개, 빗발이 들이쳐서 미끄럽고 위험하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차를 돌려 나오며, 남해의 명소를 찾아보았으나, 생각 없이 떠난 길이라, 우왕좌왕 헤맬 수밖에 없었다.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엉뚱한 곳에 가있기 일쑤였다. 내비의 도움을 받아 찾은 곳이 다랭이 마을이었는데..
지리산 천은사(泉隱寺) 여름비처럼 내리는 빗속을 달려 남원에서 지리산 천은사에 갔다. 지리산 비탈길을 굽이굽이 돌아 오르니, 문득 저수지 둑이 올려다 보였다. 깊은 산에 저수지가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푸른 물이 가득 고여있는 저수지 상류에 천은사가 있었다.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에 빗줄기의 방향은 종잡을 수 없이 사방에서 몰아쳐 왔다. 우산을 썼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다만 카메라에 빗물이 스미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했다. 이럴 땐 어찌해야 하나. 참 난처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지리산의 해맑은 풍광을 고색창연한 산사에서 실컷 담을 수 있었을 텐데... 천은사는 828년(신라 흥덕왕 3년) 세운 절로서 처음에는 절 이름을 감로사(甘露寺)라 지었다 한다. 그 후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610년 (조선 ..
비내리는 광한루 오랜만에 광한루로 나들이했는데, 새벽부터 비가 하염없이 내렸다. 어머니 품 같은 지리산과 기름진 평야를 가진 남원땅이다. 예로부터 천혜의 고장이라 춘향이 이야기 같은 고전이 나왔나 보다. 그런데, 광한루 부근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70년대 토속적인 광한루의 풍경은 간데 없이 사라졌고, 깔끔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멀리 지리산을 휘감은 구름들이 무겁게 누르고 있었지만, 춘향전의 배경이기도 한, 광한루 풍광을 즐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비가 내려서인지 오히려 한적한 분위기가 더 좋아 보이기도 했다. 더욱이 지금 내리는 비는 내게는 잠시 불편하지만, 봄 가뭄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 싶다. 농사짓는데 더없이 소중한 비라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해야 하겠다. 춘향이 뛰었다는 그네터가 ..
수원 화성의 밤 모처럼의 밤나들이였는데, 성곽을 비추는 불빛에 고색창연한 화성이 참 곱게 보인다. 화성의 서문인화서문부터 북문 장안문까지의 공원을 불빛 따라 성곽 따라 한참을 걸었다. 간간이 날리는 꽃가루 향기가 밤하늘에 은은하게 번졌다. 공원 한쪽에서는 경쾌한 대중음악을 틀어놓고 아낙네들이 에어로빅 춤을 추고 있었다. 무대 위의 시범을 보며,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가볍게 날아갈 듯 율동하고 있었다. 보통 때 같았으면 시끄러워 피해 갔을 텐데, 밤경치에 취했는지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성곽을 바라보며 바쁠 것 없는 걸음을 걸었다. 화성열차라도 타고 밤공기를 가르며 경치를 즐기고도 싶은데, 애석하게도 화성열차는 이미 끊겼다. 한양성 숭례문보다도 더 크고 아름답다는 장안문을 반환점 삼아 빙 돌아서 성 위로 올라서서 ..
벚꽃 향기 날리는 밤... 바야흐로 흠뻑 무르익은 봄이 지나고 있다. 동네마다 가로수마다 주변의 공원마다 산자락마다 하얀 벚꽃에 살구꽃에 목련꽃이 활짝 피어 눈이 부셔 두 눈을 뜨지 못할 지경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추워서 콧물을 흘리며 봄바람에 떨었는데, 참으로 봄날씨처럼 변덕스럽고 얄궂은 건 없나 보았다. 창문을 열 면은 은하고 달콤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코앞에서 맴돈다. 어찌 보면 살구냄새 같기도 하고 어쩌면 목련냄새 같기도 하고... 향기에 취해 문득 밤길을 나섰다. 흐드러진 벚꽃그늘에 꽃송이만큼이나 많은 상춘객들이 몰려들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쉴 새 없이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봄, 봄 봄이다. 봄이었다.
봄 봄 드디어 봄이 왔다. 아파트 정원에 살구꽃이 활짝 피었나 싶더니 벌써 꽃잎들이 바람에 눈처럼 날린다. 날씨도 화창하고, 따스한 햇살에 나른한 춘곤증까지 밀려온다. 모처럼 봄햇살을 등 뒤에 받으며, 맨발에 슬리퍼차림으로 아파트 주변 한 바퀴를 돌았다. 살구꽃잎 떨어진 풀밭에서 마지막 봄햇살을 즐기고 있는 듯, 여기저기 피어난 민들레도 조는 듯 시들어 가고 있었다. 앙상했던 느티나무에서도 고사리 같은 작은 잎들이 고개를 내민다. 목련, 벚꽃도 흐드러지게 만발했고, 봄을 제일 먼저 알렸던 산수유꽃은 이제 탈색되어 색깔이 바래고 있었다. 기다리면 오는 것이 세월인데... 봄 가면 또 여름 오고...
용주사의 봄 봄햇살에 나른해진다. 화성시 송산동 성황산 남쪽기슭에 있는 용주사를 찾았다. 용주사에도 봄꽃이 활짝 피었다. 용주사는 신라 문성왕 16년(854년)에 갈양사로 창건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정조대왕이 양주군 배봉산에 있던 사도세자의 영우원을 지금의 화산으로 이장하고 사찰을 중건하여 융릉(사도세자의 묘)의 원찰로 삼았다. 정조의 효성은 지극하여 사도세자의 능을 화산으로 옮긴 뒤 자주 행차하면서 아버지의 비참한 죽음을 슬퍼하였다. 용주사에는 국보 제120호인 범종을 비롯하여 정조의 애절한 효심이 깃든 "불설부모은경"등 많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사찰 명칭은 낙성식날 정조가 용이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꾸어 용주사라고 개칭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용주사 표지석, 용주사 오른쪽으로 신도시..
진안 마이산 날씨 쾌청. 성급한 사람들은 벌써 반팔 셔츠 차림이었다. 오전 열 시 반쯤, 마이산 남부주차장에 도착하니, 난장이 선 것처럼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기대했던 벚꽃은 볼 수 없었다. 예년보다 추웠던 탓에 다음 주 정도에 절정을 이룰 것 같다는 섭섭한 얘기를 들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순전히 산행만을 위한 것은 처음이다. 블로거들의 아름다운 마이산 벚꽃 풍경이 부러워 산행에 나섰는데, 초입부터 기대감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좌측 샛길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등산로는 쾌적했다. 오솔길처럼 좌우에 우거진 나무숲 사이로 부드러운 흙길이 대부분이라 초보자들에게도 좋을 듯했다. 전구간이 비교적 평탄한 구간이라 그리 힘들지 않았다. 비룡대 전망대에 오르는 암벽이 조금..
앗싸, 새우깡! 새우깡 덕에 갈매기들과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은 새우깡 획득에 이미 익숙해진 듯, 거센 바람에도 연처럼 제자리에 머물면서 새우깡 던지기를 기다렸다. 공중에 던져진 새우깡을 다 받아 먹는 것은 아니었지만, 날쌔게 부리로 낚아채 입에 물었다. 챤스를 놓친 녀석들은 부럽다는 듯, 다시 새우깡이 던져지기를 애처럽게 기다렸다.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의 새우와 바다의 생새우는 어느 것이 더 맛있을까? "잘 봐! 새우깡은 이렇게 무는 거야." "에이- 아쉽다!" "뭐해? 또 던져 봐!" 새우깡에 길들어져, 사람들을 바라보면 새우깡만을 생각할 갈매기들의 타성처럼, 나 역시 세상사의 편견대로 하루들을 보내는 것 같아 깜짝 깜짝 놀래곤 한다. 그 동안 수차례 겪어보았던 자동차 회사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새 차가 ..
궁평낙조 모처럼 일몰을 촬영하겠다고, 장시간을 한자리에 서서 석양만 바라보았다. 날씨가 풀린 줄 알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갔다가 차갑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동태가 될 뻔했다. 너무 추워서 주차장으로 되돌아가서 자동차를 해변에 대놓고, 해 떨어질 때까지 차 안에서 대기했다. 뭔 청승인가 싶어 쓴웃음마저 들었지만,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아름다운 결과물을 기대하며 감내하기로 했다. 수평선만 바라보며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 태양이 바다로 떨어질 때 맙소사, 보이지 않던 작은 산 그림자가 나타났다. 오메가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섬그늘에 가려져 일그러진 모습으로 넘어가는 석양에 실망감이 여간 큰 게 아니었다. 이래저래 예상을 빗나간 촬영이어서 기분이 씁쓸했다. 화성팔경 중의 하나가 궁평낙조라는데... 궁평항에서 회를 배..
고독 무리져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하늘에서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차갑고도 사나운 바람과 거친 파도 속에서 한 떼의 무리가 하늘을 날고 있었는데, 그들의 동선은 변함이 없었다. 갈매기들이 모여 있는 까닭이 궁금해서 부랴부랴 그곳을 찾아갔다. 갈매기들의 표적은 바다에서 퍼득이는 물고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이었다. 공중에 새우깡을 던지면 대부분은 땅에 떨어뜨리지만 날쌘 놈들은 부리로 덥석 물고는 자랑스럽게 솟구쳐 날아가기도 했다. 갈매기들은 사냥보다도 인간들이 뿌려주는 새우깡에 더 익숙해진 듯했다. 서로서로 엉켜서 다투면서 새우깡 뿌리는 사람의 손목만을 응시하며 맴돌았다. 그때 눈에 띈 한 마리, 이 녀석은 무리들과 떨어져 파도 앞에서 한참을 혼자 앉아 있었다. 어쩌면 새우깡..
밀물 황량한 뻘만 보이던 해안에 흙탕물이 으르렁거리며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불과 십여분 사이에 그 너른 뻘밭이 서해의 탁한 바닷물로 가득 찼다. 바다로 나가는 시멘트 도로에 파도가 출렁이며 넘실거리자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밀물을 향해 날아들었다. 아마도 파도에 휩쓸려 도로를 넘는 물고기들이 주목표인 듯싶었다. 순식간에 벌어지는 자연의 장관을 보며, 달려드는 파도에 위압감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뒷걸음치고 말았다.
안산 다문화마을 특구 안산역 앞 다문화 거리에는 역시 이방인들의 거리였다. 다문화 거리 중심가, 파출소 뒤의 공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공놀이도 했고, 더러는 장기판을 벌였고, 더러는 양지 녘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끼리끼리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피부색만큼이나 다양한 언어로 쓰인 거리의 간판들... 연변 억양의 까랑까랑한 북한 말투가 더 많이 들려왔다. 지난번에 들린 적이 있어 풍경이 낯설지는 않았으나, 단조로운 동선과 풍경에 금방 지루해지고 말았다. 카메라를 꺼내 들고 행인들의 얼굴이 찍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허공을 향해 셧터를 누르듯 몇 컷 촬영하고 말았다. 안산시 외국인 주민센터 주민센터 앞에 있는 약도 다문화 거리 중심가 다문화 거리 열대 과일 만두, 빵 등 튀김가게 이국적 풍경의 인도네시아 음식점 돈을 벌기 ..
풍차가 있는 풍경 - 소래습지 생태공원 바람이 불었으나 그리 차지는 않았다. 소래 습지 생태공원에는 봄맞이 상춘객들이 모처럼 봄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습지공원 서북 쪽으로 아파트들이 에워싸고 있어서, 어쩌면 풍차는 생뚱맞아 보이기도 했다. 현대적인 아파트와 고가도로, 고압선을 나르는 송전탑 등 시설물들 때문에 풍차가 주는 이국적이고도 목가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기 어려웠다. 요리저리 자리를 이동하며 구도를 짜보았으나, 별로 신통치 않았다. 결국 낭만적인 풍차 사진을 만들지 못하고, 그 넓은 습지공원의 산책로를 봄맞이 운동삼아 하염없이 걸었다. 소래 생태공원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순천만과 유사했다. 뻘밭에 갈대가 가득한 것은 순천만과 비슷했지만, 철새를 보호하기 위한 배려는 순천만보다 돋보였다. 옛날 염전과 소금 창고들이 이곳의 지난 역사의 흔적을 ..
길상사의 봄 주말이면 어김없이 찬 바람이 부는 것은 웬 조화일까. 모처럼의 나들이에 꽃샘바람이 차가웠다. 게다가 불청객 황사까지 엷게 번져 나들이 기분을 상하게 했다. 길상사 산수유가 아름답다고 해서 활짝 핀산수유를 상상하며 경내에 들어섰는데, 아쉽게도 추운 날씨 덕인지 아직 만개하지 않았다. 바람이 차가워서인지 상춘객들은 그리 많지 않아서 비교적 한가롭게 경내를 거닐 수 있었다. 경내에 들어서니, 나무 가지에 높이 걸어 올린 연등이 이채로웠다. 마치 하늘로 떠오르는 풍선처럼 연등들은 마음을 부풀게 했다. 보통의 사찰들은 대웅전 앞에 폴대를 세우고 촘촘하게 연등을 달아 놓는데, 길상사의 연등들은 나뭇가지에 풍선처럼 걸려 있었다. 일주문 맞은 편의 범종각과 설법전 설법전 앞의, 성모 마리아를 닮으신 관세음보살 부처님을..
미술관 풍경-안산 경기도미술관 봄은 바람이 몰고 오나 보다. 거침없는 강풍이 구름들을 몰고 불어왔다. 간헐적으로 불어대는 강한 바람으로 온종일 하늘은 변덕스럽게 햇볕을 수없이 거둬들였다. 이국 풍경을 보겠다고 안산 다문화 거리에 나갔다가 바람 때문에 월남 쌀국수 한 그릇 먹는 것으로 구경을 끝냈다. 다문화 거리엔 정말 이방인들이 많았다. 각양각색의 피부를 지닌 사람들, 끼리끼리 모여 저마다의 언어로 정감을 나누는 모양이었다. 다문화길 골목에는 우리 재래시장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는데, 차마 카메라를 들고 촬영할 수가 없었다. 관광지도 아니고, 이국 땅에서 고생하는 외국인들을 찍는다는 것이 거북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아예 카메라를 가방 속에 넣어 버렸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찾아간 곳이 안산의 경기도미술관이었다. 안산에..
봄의 전령사- 노랑 동백꽃과 산수유 꽃 아침에 안개가 자욱하더니 오후에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바람도 없어 뒷산에 올랐더니, 봄기운이 완연하여 등에 땀까지 흘렀다. 겨울 자켓을 벗어들고 오솔길을 걸었다. 양지녘에 꽃망울이 맺혔던 생강나무에 노랑 꽃이활짝 피어 봄을 즐기고 있었다. 며칠 전 꽃망울이 부풀었었는데, 드디어 오늘 활짝 피어 올랐다. 더구나 꿀벌까지 날아 꽃에서 꽃으로 옮아 다니고 있었다. 봄바람 쐬러 나오신 산책객들의 옷차림도 가볍고 경쾌한 봄차림새였다. 뜬금없이 추위를 타는, 나만 두꺼운 다운 점퍼 차림이었으니 땀을 흘릴만 했다. 고목을 쪼는 딱따구리 소리도 경쾌했고, 이름모를 새소리도 새봄맞이 노래처럼 흥겹게 들려왔다. 활짝 핀 생강나무와 산수유 꽃을 바라보니, 마음 속에만 와있던 봄이 이젠 성큼 우리 곁에 찾아들어와 있었다...
남산 국악당 주변 "春來不似春(봄은 왔건만 봄이 아니로다.)" 봄은 왜 이리 더딘 것인지. 봄 맞이 나갔다가 찬 바람에 콧물만 흘리고 돌아 왔다. 남녘엔 매화가 활짝 피었다는데, 좁은 우리 땅에서도 이리도 생태계가 다른 것인지... 사람들도 저마다 외투깃을 곧추 세우고 종종 걸음으로 바삐 걸어 간다.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회오리 바람처럼 여기저기에서 풀썩 풀썩 불어 닥쳤다. 남산골로 올라가니 양지바른 곳이라서인지 신통하게도 바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 아래 충무로 거리만해도 차가운 돌개 바람에 오들오들 떨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