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靑, 벼랑 위의 암자, 정취암
지루하게 내리던 비는 멎었다. 간혹 이슬처럼 간간히 뿌리기는 했지만, 움직이는 데는 전혀 지장 없었다. 장대비를 맞으며, 어쩔 수 없이 진주에서 잠을 잤는데, 비바람 소리에 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새벽녘에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비는 멎어 있었고, 도도히 흐르는 진주 남강에 가로등빛이 빛나고 있었다. 맑은 아침을 기대하며 다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깨어보니,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차라리 남해에서 하룻밤 자고 못다 한 경치를 다시 찾아보지 못한 것이 후회되기도 했으나, 다시 그곳까지 내려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짜낸 묘안이 고속도로를 타고 북상하면서 휴게소에 들러 안내를 받아보자는 것이었다. 산청 휴게소에 들러 아침을 먹으며, 관광 안내지도를 살피며 찍은 곳이 바로 정취암이었다...
백범의 얼이 서린 공주 마곡사
마곡사는 백제 무왕 때 신라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고려 명종 때 중수하고 재건했다는천년 사찰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부처님을 모신법당이 두 개이다. 또한, 구한말 백범 김구선생께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하고, 탈옥하여 몸을 피하실 때, 잠시 이곳에서 삭발하고 불문에 귀의하셨던 적이 있던 유서깊은 곳이기도 하다. 이번 마곡사 방문이 두 번째였는데, 전에 없던 김구선생 명상길을 재현해 놓은 것이 특별히 눈에 띄었다. 해탈문과 천왕문을 지나면 돌다리인 극락교를 건너는데, 이 다리를건너면 진행방향 우측으로 범종각, 심검당, 대광보전, 대웅보전 등이 차례로 있다. 돌다리 아래 자라석상 두 쌍이 있었는데, 야구선수 김태균이 시주한 것이라 한다. 돌다리 건너 마곡사 경내, 우로부터 심검당, 대광보전, 대..
여수 오동도, 그리고 향일암
장흥, 보성, 순천을 지나여수반도로 방향을 돌리자 구름 안개 속에서 굵은 빗방울이 사납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날이 어두워 오동도 입구에서 여장을 풀고, 주인에게 저녁 식사할 곳을 의뢰했더니, 여수 특화시장을 추천해 주었다. 사나운 빗줄기가 어둠 속에서 하얀 궤적을 보이며 무섭게 떨어졌다. 택시를 타고 여수 수산시장을 지나 이른바 여수 수산물 특화시장으로 갔다. 부산 자갈치시장처럼 아래층에서는 횟감을 팔고, 2층에서는 양념과 식사, 주류를 파는 일종의 회센타였는데,대부분의 상인들이 친절해서, 무엇보다도 다행이었다. 횟감을 광어와 장어류로 5만원어치 사서 맡기고 2층으로 올라 갔다. 1. 여수 수산물 특화시장과 오동도 오동도에서 돌아 본 여수항 특화시장 1층 활어시장 광어와 장어회 5만원, 채소와 양념 값은..
백제의 미소
백제의 미소, 서산 마애 삼존불상을 찾았다. 이 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 전에는 전각 속에 삼존불이 보호되고 있어서, 부조에 나타나는 그림자가 흐렸기 때문에 미소를 찾아보기 어려웠었다. 그런데, 전각을 철거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제 백제의 미소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었다. 마침 시간도 오후였기에, 안성맞춤이라 조바심까지 일었다. 단지 날씨가 흐렸다는 것이 조금 섭섭했지만... 골짜기 개울을 건너 삼존불상에 오르는 길, 나무다리를 건너 지나 돌계단으로 올랐다. 오르면서 삼존불 방향인 왼쪽을 바라보니, 전각을 세웠다가 철거한 흉터가 볼상 사나웠다. 돌담 위로 부처님 옆얼굴이 살짝드러나 있었다. 아아! 부처님, 아니, 고대 백제의 우리 할아버지! 관리 사무실 앞마당으로해서 작은 대문을 지나면, 바로 삼..